겉으로는 자신이 속한 단체나 기관을 돕는 체하면서 사실은 비판하거나 부정적 결과를 야기하는 사람을 흔히 ‘엑스맨’이라고 한다. 정치에도 이런 사람이 종종 보이는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승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그렇다. 국민권익위는 김건희 명품 수수에 대해 6개월 동안 조용하다가 윤석열 부부가 해외 순방을 떠난 날 아무 문제가 없다며 종결지었다.
김건희 명품 수수에 대해 권익위가 김건희나 신고인을 조사도 하지 않고 아무 문제가 없다며 종결하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런데 답변에 나선 정승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그가 한 말이 왜 얼토당토 하지 않은지 분석해 본다.
명품백은 외국인에게 받아 신고할 의무가 없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12일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물품 제공자가 외국인일 경우 직무 관련성의 유무와 관계없이 법령상 대통령이 신고해야 할 의무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경우 특별법인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의 적용을 받아 외국인으로부터 직무 관련성이 있는 물품을 받으면 그 즉시 국가에 귀속된다"라며 "공직자와 다르게 따로 신고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실은 김건희가 받은 명품백을 특별법인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국가에 귀속했을까? 대통령실은 얼마 전 명품백을 “반환창고에 보관중이다”라고 했는데, 국가기록물에 반환창고도 있다는 말인가? 신고할 의무가 없는데 왜 반환창고에 보관해 두었을까?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나 배우자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뇌물을 받았다 해도 즉시 돌려주거나 관계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김건희는 선물을 반환하지도 않았고, 윤석열은 관계기관에 신고하지도 않았다. 대통령실은 한때 “대통령이 관계 기관장이므로 신고할 의무가 없다”고 억지를 부린 바 있다. 이 경우 서류라도 남겨두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이러한 정황으로 봐 국민권익위는 참여연대가 신고한 이 사건을 조사할 생각보다 시간을 질질 끌다가 적당한 시간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종결하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윤석열 부부가 해외 순방을 간 날 슬그머니 발표한 꼼수가 정말 가관이다.
권익위의 주장대로 하면 그동안 배우자가 뇌물을 받아 처벌된 사람들은 대단히 억울하게 되었다. 배우자의 뇌물수수에 대해 공직자 본인이 처벌을 받은 사례는 차고 넘친다. 혹시 그런 사람들이 뭉쳐 집단 소송을 해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실은 김건희가 받은 명품백을 대통령 기록물로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것 자체가 직무 관련성을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권익위의 종결처리는 상호 모순된다.
최재영 목사가 준 책을 버린 것은 국가기록물을 버린 것 아닌가?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문제는 또 발생한다. 김건희는 최재영 목사가 준 책을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쓰레기 분리장에 버리고 갔다. 같은 논리대로 하면 김건희는 국가 기록물을 버리고 간 것이다. 또한 김건희가 최재명 목사가 선물한 샤넬 화장품을 열어 사용했다면 국가 기록물을 훼손하는 것이 된다.
이처럼 대통령실과 국민권익위는 상충된 말만 골라서 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하는 것이다. 더욱 웃기는 것은 국민귄익위가 김건희는 물론 최재영 목사를 한 번도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사하지 않고 어떻게 아무 문제가 없다며 종결처리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대통령은 불소추 특권이 있어 조사할 수 없다?
권익위원 중 친윤들은 “대통령은 불소추 특권이 있어 조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 불소추 특권은 재임 중에 기소할 수 없다는 것이지, 수사 자체도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윤석열은 박근혜가 탄핵되기 전 수사해 결국 구속시켰다. 그때 수사 팀장이 윤석열이었고 박영수가 특검이었는데 그는 지금 대장동 사건으로 감옥에 있다. 정말 웃기는 ‘짬뽕’들이다.
뇌물이라고 하지 말라?
웃기는 것은 국민권익위원 중 한 사람이 김건희가 받은 선물을 뇌물이라고 하자 친윤 성향의 부위원장이 뇌물이라고 하지 말고 물품수수라고 교정해 주었다는 점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귄익위가 이 사건을 아무 문제가 없다며 종결처리하려 하자 위원 중 몇 명은 “이대로 종결하면 세계적 망신”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친윤 위원들이 종결 강행
한편 유철환 국민권익위 위원장은 윤석열의 서울대 법대 동기고, 박종민 부위원장과, 정승윤 부위원장은 대선 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판사 출신 김태규 부위원장은 극우 성향의 인사로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지지 모임 토론회에 참가했다.
사건 종결에 반대한 다른 위원들은 “부정청탁금지법의 공직자 등에 배우자도 당연히 포함되는데 왜 규정이 없다고 하느냐”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김건희의 알선수재죄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심지어 윤석열 정권에서 임명된 위원들조차 “그럼 이런 사건은 앞으로 조사를 안 할 거냐. 다른 기관에 송부라도 해야 한다”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민주당, 귄익위가 부패 세탁소로 전락했다 비판
더불어민주당은 12일 브리핑에서 "공정의 최후 보루여야 할 권익위가 공직자 뇌물수수의 꼼수를 알려주는 부패세탁소로 전락했다"라고 개탄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려고 자신의 대학 동기를 권익위원장에 앉히고, 검사 출신 과 후배를 부위원장에 앉혔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권익위를 김건희권익위로 만든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하는가?"라고 물었다.
국민권익위가 보호하라는 국민들의 귄익은 보호하지 않고 권력 실세들의 눈치나 보며 조사도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지은 것은 후안무치하다 못해 그 자체가 위법으로 나중에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을 것이다. 검찰로 흥한 자 검찰로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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