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다른 사람에게 의심을 받거나 오해를 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것이 비록 우연일지라도 이상한 일이 연속으로 벌어지면 사람들은 애써 인과성을 부여해 의심하기 마련이다.
5일 김건희가 지난 총선 공천에 개입했다는 뉴스토마토 보도가 나와 여의도가 술렁거렸다. 그런데 뜻밖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언론에 나와 “김건희가 김영선에게 선의의 조언을 해준 것일 수도 있다. 공천 개입이라 보기에는 완결성이 떨어진다”라고 말해 그 의도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주지하다시피 이준석은 윤석열이 권선동에게 보낸 ‘체리따봉’ 문자로 당대표에서 축출되어 국힘당을 탈당하고 개혁신당을 창당하였다. 누구보다 윤석열 정권을 증오해야 할 이준석이 갑자기 김건희를 비호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자 사람들은 “뭔가 있다”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준석은 윤석열은 가혹하게 비판하면서도 유독 김건희에 대해선 거친 언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혹자는 이준석이 용산의 진짜 주인이 김건희란 걸 알고 몸조심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뭔가 있다는 게 그쪽 방면 호사가들의 말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에 비협조적인 이준석
이준석은 민주당이 추진한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종합 특검에 대해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겉으로는 민주당이 걸핏하면 탄핵 운운하는 것을 비판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김건희를 비호하려는 뜻이 숨어 있는 것 같다. 본인은 물론 아니라고 하겠지만 충분히 의심을 가져볼 만한 대목이다. 그때부터 개혁신당 지지율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이준석은 약관의 나이로 정치계에 뛰어들었지만 10년 넘게 무관의 제왕으로 지내다가 지난 총선 때 드디어 의원이 되었다. 20~30대 남성들의 지지로 비례대표 지지율이 3%를 넘겨 의원 3명을 배출했다. 하지만 이준석은 창당 후 선명성을 보여주지 못해 당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낮아졌다.
나이답지 않은 노련함이 오히려 단점
이준석은 지상파나 각종 유튜브에 나와 말솜씨를 자랑했는데, 그걸로 인기도 얻기도 하지만 말이 하도 많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였다. 정치 생활 10년 만에 마치 도사가 다 된 듯 말하는 것이나, 포석을 깔고 말하는 버릇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마치 조숙한 아이 같다고나 할까, 나이답지 않은 노련함이 오히려 식상해 보인다.
이준석 딴에는 자신이 하버드대를 졸업했고 정치물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여의도가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한국 정치판이란 게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치기어린 말솜씨나 어설픈 판단으론 버틸 수 없는 곳이 여의도이기도 하다. 이준석의 태도가 애매모호해지자 지지율도 같이 추락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검찰, 이준석 성상납 무혐의
이준석이 김건희 공천 개입에 대해 “선의의 조언일 수 있다, 사건의 완결성이 떨어진다”라고 말해 그 의도에 귀추가 주목된 가운데, 7일에는 이준석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대구 룸살롱 성상납 사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물론 오랫동안 수사했으니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왜 하필 이준석이 그런 발언을 한 후에 무혐의 결정이 났을까는 충분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소위 ‘기브 앤 테이크’가 이루어진 것 같아 찝찝한 뒷맛을 남기기 때문이다.
한편 김건희 공천 개입이 터진 것에는 윤석열과 한동훈의 싸움 즉 윤-한 갈등 제5라운드가 전개되었다고 분석하는 이도 있다. 혹자는 한동훈이 그 문제의 텔레그램 문자를 가지고 있을 거라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 김영선이 이준석 신당으로 가려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2022년 창원 보궐선거에 김영선이 출마해 당선되었는데, 그때 당대표가 이준석이었다.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자발적으로 갔다?
김영선은 원래 경남 창원의창에서 출마하려 했으나 갑자기 김건희로부터 “경남 김해갑으로 가라”는 문자를 받는다. 이에 김영선은 당황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실세 김건희로부터 내려온 지시이니 거부할 수도 없고, 거부했다간 어차피 경선에서도 배제될 것 같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마지를 경남 김해갑으로 옮겼다.
경남 김해갑은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봉하가 포함되는 지역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민홍배 의원이 그곳에서 내리 4선을 해 국힘당에서 누가 와도 이길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것을 잘 알고 있을 김영선이 과연 스스로 선택해서 김해갑으로 간다고 했을 리 없다.
김영선 컷오프 누가 시켰을까?
문제는 김영선이 김해갑으로 출마지를 옮겼는데, 갑자기 경선도 못하고 컷오프가 된 것에 있다. 그때 국힘당 비대위원장이 한동훈이었다. 유튜브에 자주 나오는 보수 패널 중에는 한동훈이 김영선이 받았다는 문자를 알고 일부러 컷오프해 용산과 대립각을 세워 자신의 존재감을 세우려 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상당히 신빙성이 높은 분석인데, 만약 그게 사실이면 김건희가 보낸 사람을 한동훈이 처낸 것이 되어서 김건희로선 격노할 일이다. 그래서 나온 게 김건희가 한동훈에게 보낸 문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용산에 대한 비밀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을 한동훈을 무조건 내치자니 보수 자체가 공멸할 수도 있어 용산은 소리 없이 한동훈을 견제했다. 약속된 만찬을 취소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누구든 김건희에게 찍히면 무사할 수 없지만, 한동훈은 너무 무거운 짐이었던 것이다. 한동훈도 그걸 알고 채 상병 제3자 특검, 의대 정원 증원 협의 등을 내세웠지만 그때마다 용산이 거부했다. 그런데 최근 지지율이 23%로 폭락하고 보수 텃밭인 대구와 경북은 물론 70대까지 돌아서자 용산도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뒤에 의료 민영화?
한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뒤에 의료 민영화가 숨어 있다는 말도 있어, 윤석열 정권이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 조기 붕괴의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특히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의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다”란 말은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하게 했다. 그래서 국힘당 내에서도 보건복지부 장관 및 제2차관을 사퇴시키라고 윽박지르고 있는데, 윤석열이 이를 거부했다.
다시 이준석으로 돌아가자, 그는 왜 이 민감한 시기에 김건희를 비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기존 지지자들마저 떠나게 한 것일까. 혹시 한동훈 체제가 무너지면 국힘당으로 돌아갈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곳엔 아직 친윤들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데, 간다고 뭘 할 수 있을까? 정치는 무슨 아이큐나 학벌로 하는 게 아니다. 진정성이 없으면 금방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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