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아니라 변명과 김건희 두둔으로 끝난 기자회견이었다. 7일 오전 10시부터 140분 동안 진행된 윤석열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야당과 주요 언론들이 내린 평가다. 어떤 언론은 끝장 토론이 아니라 정권이 끝장나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심지어 국힘당 내에서도 알맹이가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국힘당 조경태는 “다음 특검 부결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야당은 일제히 "불구덩이에 기름 부은 꼴", "누가 권력 실세인지 확인시켜 줬다", "결국 임기 채우겠다는 것", "탄핵의 문이 열렸다“ 등 비판을 쏟아냈다. 심지어 ‘개사과’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과도 김건희가 시켜서 했다는 말에 쓴웃음이 나왔다. 탁자에 두 손을 짚고 진행자에게 반말을 한 태도도 오만불손해 보였다. 끝장토론이라더니 120분 만에 “이제 그만 하자”고 한 것도 우습다. MBC와 JTBC는 질문 기회도 주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사과한지도 모른 윤석열
윤석열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모든 것은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사과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그저 두루뭉술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구렁이 담 남어 가듯했다.
사과는 그 이유가 분명해야 하고, 토를 달지 않아야 하며, 재발 방지를 반드시 약속해야 하는데, 윤석열은 이 모든 사과의 법칙을 어겼다. 사과를 하면서도 여러 토를 달고 재발 방지는 약속하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윤석열은 자신이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김건희가 시킨 대로 말한 것이다. 윤석열은 “제 처가 사과 제대로 하라”고 했다고 말해 쓴웃음을 짓게 했다.
야당, “지상파 낭비” 비판
윤석열 기자회견을 거의 모든 방송이 생중계했는데, 내용이 빈약하고 변명으로 일관하자 야당은 “지상파 낭비”라며 맹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시종일관 김건희 지키기에만 골몰한 담화로 지난 2년 반 동안의 무능력, 무책임, 무대책만 재확인했다"고 비난했다.
조국혁신당은 "한마디로 국민 속 터지는 동문서답이었다"며 탄핵의 필요성만 더 키웠다고 쏘아붙였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기자회견으로 사실상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은 끝이 났다"며 "국민께서 준 마지막 기회마저 날려버렸다"고 지적했다.
야당 탓, 국민 탓, 국어사전 탓
윤석열은 야당이 자신의 처를 악마화했다며 분개했다. 즉 죄가 없는데 죄가 있는 것처럼 왜곡해 마녀사냥을 했다는 것이다. 그 순간 기자회견장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병풍처럼 앉아 있던 대통령실 사람들도 표정이 굳어졌다.
윤석열은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돕는 게 왜 문제냐며 그게 국정농단이면 국어사전을 고쳐야 한다”는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공천개입, 국정농단, 뇌물수수, 주가조작 등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것이 없었으나 모두 가짜뉴스로 취급했다. 문제 인식도, 원인 분석도, 대처 방안도 없는 그야말로 ‘쭉정이 기자회견’이었다.
음성 녹취 공개되어도 공천개입 안 했다?
윤석열의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해명도 비겁하기 짝이 없었다. 공천 개입을 입증하는 자신의 육성까지 공개됐는데 끝까지 모순된 변명만 늘어놨다. 공천개입을 아내로서 조언한 것이란 말에는 기자들도 미간을 찌푸렸다.
윤석열은 스스로 비밀을 공개하기도 하였다. 윤석열은 “총선 때 추천 들어오면 인재영입위에 줬다”고 했다. 아니 왜 인재 영입 추천을 대통령실에서 받는가? 대통령실에서 온 추천을 인재영입위원회가 무시할 수 있겠는가? 그것 자체가 공천개입이 아닌가 말이다. 김건희가 윤석열의 휴대폰을 보고 일일이 문자에 답을 했다는 말도 일종의 비밀 폭로다.
윤석열은 김건희의 인사개입, 정책개입, 공천개입이 “대통령 아내로서의 조언이다”라고 말했는데, 감옥에 있는 최순실이 들었으면 얼마나 억울해할지 모르겠다. 윤석열은 조언과 개입도 구별 못하는 모양이다. 하긴 지평을 연다를 지평선을 열었다고 했으니 그 국어 실력이 어딜 가겠는가? 그런 변죽을 울리는 기자회견으로는 결코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 고쳐쓰기도 못할 정권이다.
탄핵의 필요성만 더 키운 운석열
야당은 물론 여당의 기대까지 뭉개버린 윤석열의 기자회견은 탄핵의 필요성만 더 키웠다.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있는 듯한 현실 인식 수준을 그대로 내보이며 어처구니없는 망언록만 추가한 셈이다. 특히 야당의 '김건희 특검법' 추진을 위헌이라며 정치선동으로 비하한 것은 속말로 무식을 폭로한 것이다.
윤석열은 야당이 추천한 특검이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자신은 왜 박근혜 국정농단 때 야당이 추천한 특검에 속해 박근혜를 수사해 구속시켰을까? 박근혜를 최순실과 경제 공동체로 ‘엮어’ 구속시킨 사람이 바로 윤석열이다. 재판 한 번 받아 본 적이 없는 김건희에게 일사부재리 원칙을 적용한 것은 무식의 소치다. 이명박을 재수사해 구속시킨 사람이 바로 윤석열이다.
윤석열은 명태균이 창원 산단 발표 5개월 전에 대외비 문서를 보고받은 것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명태균이 여론조사를 해준 대신 김영선 공천을 받아 왔다는 말도 슬쩍 비켜갔다. 윤석열은 결국 사과하러 나온 게 아니라 변명하고 김건희를 비호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갤럽에 이어 NBS도 19%
윤석열이 한창 기자회견을 하고 있을 때 NBS 여론조사가 발표되었는데 긍정이 19%, 부정이 74%가 나와 갤럽과 동률을 이루었다. 갤럽과 NBS 전국 지표조사는 대통령실에서 가장 신뢰감을 갖고 보는 여론조사라고 한다. NBS 조사 기준으로 국정 지지율이 20% 아래로 내려앉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윤석열은 “지지율 올리는 꼼수 같은 거는 저는 쓸 줄도 모르고 제 체질에도 안 맞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도 거짓말이다. 윤석열은 지지율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지지율 올리는 꼼수는 명태균이 잘 아니 물어보면 된다. 막장드라마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야당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탄핵을 발의하라. 국민이 지지하므로 역풍도 없다. 16일엔 민주당과 조국 혁신당의 연합집회가 있다. 사실상 탄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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