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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정 같은'유상곡수(流觴曲水)' 전통

- <난정서(蘭亭序)> 본문 No.1

하태형 고전칼럼 | 기사입력 2011/08/21 [06:27]

포석정 같은'유상곡수(流觴曲水)' 전통

- <난정서(蘭亭序)> 본문 No.1

하태형 고전칼럼 | 입력 : 2011/08/21 [06:27]
▲ 청대(淸代) 북경 이화원(頤和園)내 계산정의 곡수거(曲水渠)
이제, 어느 정도 <난정서(蘭亭序)> 본문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설명들을 드렸으므로,본문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뛰어난 명문(名文)으로도 유명하여,글씨(書)와 문장(文)이 똑같이 빼어난, 많지 않은 경우라 하겠습니다.

1. 永和九年 嵗在癸丑 暮春之初 會於會稽山隂之蘭亭 修稧事也

영화(永和) 9년 계축(癸丑) 해(AD 353), 3월(三月)의 초승에 회계(會稽) 산음현(山陰縣)의 난정(蘭亭)에 모여서 계사(禊事)를 행하였다.

이 문장에서, ‘계사(禊事)’란 단어가 등장합니다.‘계사(禊事)’는 ‘불계(祓禊)’, ‘계제(禊祭)’, ‘계제(禊除)’등으로도 불리는데,물가에서 손발등을 씻으며 한해의 재앙을 떨어버리는 중국의 전통풍습입니다.

하(夏)나라 달력 3월(三月) 상사일(上巳日), 즉 상순의 뱀날 행해지는 춘계(春禊)와 7월14일 행해지는 추계(秋禊)가 있었다 하는데,이런 계제사(禊祭祀)는 후대 위진(魏晉)으로 넘어오면서 그 종교적 의미보다는 위락적 요소가 더 강해집니다. 일종의 모임 명분인 셈으로,그 자체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만,정작 이 단어와 관련하여 우리가 알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점은 <난정서(蘭亭序)>에 대한 다양한 명칭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이 글이 쓰여 졌을 때는 당연히 부르는 명칭이 따로 있지 않았습니다.그러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이 글이 유명해지자 이 글을 지칭하는 말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예컨대 진대(晉代) <세설신어(世說新語)>에는 ‘임하서(臨河序)’라고 소개되고 있고,<진서(晉書)>에는 전문(全文)이 소개되고는 있으나 명칭은 따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 ‘난정(蘭亭)’이란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하는 것은 당대(唐代)에 들어오면서 부터인데,당(唐)의 유속(劉餗)이 지은 <수당가화(隋唐佳話)>에서 처음으로‘난정서(蘭亭序)’란 명칭이 나오고,하연지(何延之)의 <난정시말서(蘭亭始末記)>에는 ‘난정시서(蘭亭詩序)’란 명칭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송대(宋代)에 들어 구양수(歐陽修)가 처음으로 ‘계사(禊事)’란 단어를 넣어 ‘수계서(修禊序)’로 불렀고, 이후 채군모(蔡君謨)는 ‘곡수서(曲水序)’,소동파(蘇東坡)는 ‘난정문(蘭亭文)’등으로 불렀습니다.이후 청대(靑代)에는 ‘계첩(禊帖)’및 ‘난정수계서(蘭亭修禊序)’등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그 불리는 명칭들을 보면 주로 ‘난정(蘭亭)’ 또는 ‘수계(修禊)’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사(禊事)’란 단어는 후대로 오면서 ‘난정(蘭亭)’의 이칭(異稱)같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2. 羣賢畢至少長咸集此地有崇山峻嶺茂林修竹又有清流激湍映帶左右引以為流觴曲水列坐其次

뭇 현사(賢士)들이 다 모이고 젊은이, 늙은이들이 모두 모였도다.이 곳은 높은 산과 가파른 고개가 있고, 무성한 숲과 길게 자란 대나무가 있으며,또한 맑은 물과 격동치는 여울이 허리띠를 두른 듯이 좌우로 이어져,춘광(春光)이 그 위에 반짝이며 흐르고 있으니, 이 물줄기를 끌어다가 류상곡수(流觴曲水: 술잔을 띄워 보낼 수 있는 물굽이)를 만들고 차례에 따라 벌려 앉았다.

이 문장에서 주목할 단어는 ‘류상곡수(流觴曲水)’입니다.‘류상곡수(流觴曲水)’란, 문자 그대로 굽이치는 물굽이(曲水)를 만든 뒤,거기에 술잔을 띄워(流觴) 보내는 동안 시(詩)를 짓는 물놀이인데,바로 그 시조가 여기 ‘난정(蘭亭)’입니다.

혹시 옛날 경주에 놀러 가신 분들은 ‘포석정(鮑石亭)’이란 곳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바로 이 ‘난정(蘭亭)’의 ‘류상곡수(流觴曲水)’가 신라로 전해진 것입니다.이후, 이 ‘류상곡수(流觴曲水)’의 문화는 중국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아래 ‘난정(蘭亭)’의 ‘류상곡수(流觴曲水)’ 본래 모습은 노천개방형인데 반해,후대로 넘어 올수록 실내의 좁은 궁궐에서 즐길 수 있도록 정자아래에 만들었으며,또한 더욱 꼬불꼬불하게 인공적으로 물굽이를 만드는 등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여하튼, 이 ‘류상곡수(流觴曲水)’는 신라뿐 아니라 일본에 까지 전해져,구주 시마즈(島津)의 선암원(仙巖園)안에 있는 곡수(曲水)의 정원등이 모두 여기서 비롯되었읍니다.


▲ 중국 소흥시 난정(蘭亭)에 보존되고 있는 류상곡수(流觴曲水) 터.가운데 돌에 붉은 글씨로 ‘流觴曲水’라 쓰였음
3. 雖無絲竹管絃之盛 一觴一詠 亦足以暢叙幽情

비록 사죽관현(絲竹管絃)의 성대한 연주는 없으나 술 한 잔 마시고 시(詩) 한 수(首) 읊조리니 그윽한 마음속 정회(情懷)를 풀어내기에 족(足)하였도다.

이 문장에서 주목할 단어는 ‘사죽관현지성(絲竹管絃之盛)’입니다. 해석하자면,‘사죽(絲竹)’은 곧 ‘관현(管絃)’을 뜻하는 것이니,‘관악기와 현악기의 성대한 연주’를 의미합니다.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문장입니다. 하지만, 전번 시간에 말씀 드린데로,이 난정(蘭亭)의 연회는 약 50년 앞선 금곡(金谷)의 연회를 염두에 둔 모임이었습니다.

앞서 소개드린 <금곡시서(金谷詩序>에,

時琴瑟笙筑 合載車中 道路並作及住令與鼔吹遞奏(그때 비파와 거문고, 생황과 축을 수레에 함께 싣고 길을 가면서,
같이 연주하고 또는 머물면서 북과 피리를 번갈아 연주하게 하였다.)

란 구절이 나오는데, ‘사죽관현지성(絲竹管絃之盛)’이란 바로 <금곡시서(金谷詩序)>의 이 구절을 의미하는 것입니다.따라서, 그 뜻을 살려서 이 구절을 다시 해석하자면,

雖無絲竹管絃之盛 一觴一詠亦足以暢叙幽情
'비록 석숭(石崇)의 금곡연회(金谷宴會)같은 성대한 연주는 없으나,뛰어난 문인들은 오히려 더욱 많아 술 한잔 마시고 한수 시(詩)를 읊조리니 마음속 그윽한 정회를 풀어내기는 족하였도다'란 의미가 됩니다.

4. 是日也天朗氣清惠風和暢仰觀宇宙之大俯察品類之盛所以遊目騁懐足以極視聴之娛信可樂也

이 날이야말로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대기(大氣)는 맑았으며,봄바람은 따스하고 부드럽게 불었다. 우러러 우주(宇宙)의 넓음을 관망(觀望)하고,굽혀서 만물의 풍성함을 살펴보니, 눈 가는대로 바라보다가 상념(想念)의 나래를 펴기도 하며,보고 듣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니, 실로 즐겁기 그지 없었노라.

이상으로서 <난정서(蘭亭序)>의 전반부가 끝납니다.







▲ 경주의 포석정(鮑石亭)
<하태형/고전(古典)칼럼니스트/(주)소너지 대표이사/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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