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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 총사퇴' 한국당 홍두깨 어깃장에 국민도 분노

고하승 칼럼 | 기사입력 2019/03/11 [22:47]

'의원직 총사퇴' 한국당 홍두깨 어깃장에 국민도 분노

고하승 칼럼 | 입력 : 2019/03/11 [22:47]


▲ 출처:유투브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위헌 선거법 패스트트랙 처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모양새다.

야 3당이 11일 아침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12일까지 야3당 및 더불어민주당의 패스트트랙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패스트트랙은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자 제1야당을 말살하는 시도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저지하겠다"며 "(의원직 총사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섰다.

그런데 실제로 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총사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보수성향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의원직 사퇴는 가장 강력한 배수진이지만 물어보니까 그걸 실천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며 "(이는) 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뜻으로 여당은 겁을 먹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윤 전 장관은 한국당이 '의원정수를 줄이고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선거제 개혁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선 "(다른 당이 패스트트랙 처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뭔가 다급하게 상황에 쫓겨서 안 내놓을 수는 없어 좀 다급하게 만든 것 아닌가"라며 “고민의 흔적이 적어 보인다”고 평가절하 했다.

보통의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윤 전 장관의 이 같은 견해에 공감을 표할 것이다.

사실 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를 결행하더라도 국회가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전혀 없다. 실제로 국회 본회의 정족수는 재적의원의 2분의 1, 의결 정족수는 출석 의원의 2분의 1이기 때문에 한국당 의원들이 없이도 본회의 개최 및 안건 의결이 가능하다.

결국 의원 총사퇴는 현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정치적인 발언에 불과한 것이다.

더구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폐지하고, 의원 수를 조정해서 정수를 270석으로 하자"는 한국당의 제안은 선거제 개혁을 훼방 놓기 위한 어깃장으로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비례대표가 승자독식 구조를 완화하고 여성.청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의회 진출을 돕는 순기능을 해온 것을 고려할 때 이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 자체가 정치 퇴행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이 땅의 절반이 여성이다. 그런데 제20대 총선에서 부산, 인천,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6대 광역시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 중 98%가 남성으로 조사됐다. 만일 한국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총선의 비례대표 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국회는 사실상 '남성 천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여성 정치인은 공천 경쟁을 뚫기도 어렵고 설사 공천을 받더라도 지역구 선거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탓이다. 지역구를 대물림하며 관리해온 남성 정치인들을 상대로 여성 정치 신인이 지역구에 도전하는 것은 사실상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로 이런 ‘남성 편중’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가 비례대표 제도다. 공직선거법 제47에 따르면 비례대표 의원 중 50% 이상은 여성으로 추천하고 홀수 순번에는 여성을 추천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한국당의 선거제 개정안은 이 땅의 절반인 여성의 의회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뿐이다. 만일 이런 사실을 여성들이 알면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을 찍어 줄지 의문이다.

한국당도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 표를 포기하면서까지 이런 일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대체, 왜 한국당은 말도 안 되는 이런 안을 제시한 것일까?

아마도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진행하는 데 대해 속된말로 ‘깽판’을 놓고 보자는 심산일 것이다.

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페이스북 등 SNS 상에서 넘쳐나고 있다.

박현정 씨는 “의원사퇴 꼭 하라”며 “말로만 사퇴 말고 행동으로 즉각 옮기라”고 했고, 이주용 씨는 “의원 총사퇴카드를 꺼냈다 넣어다 반복하지 말고 꺼냈으면 과감하게 제출하라”고 꼬집었다. 이훈 씨는 “자유한국당이 이번에는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다”며 “패스트트랙으로 가자. 한국당은 약속 꼭 지키라”고 조롱했다. 권영태 씨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 이들의 언행에 절망감마저 느낀다”고 한탄했다.

한국당은 이런 국민의 분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끝까지 어깃장을 부렸다가는 모처럼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는 훈훈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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