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었을까. 많이 놀란 듯 했다. 더구나 그들은 모두, 흔히 하는 말로 그 바닥의 선수들이 아닌가. 세 사람은 변호사, 한 사람은 법조전문 기자다. 심지어 변호사 중 한 사람은 판사 출신이다. 법리와 관련해서라면 누구보다 정통하다고 자부할 네 사람의 전망이 완전히 어긋났으니 겸연쩍을 수밖에. 양 변호사는 방송 말미에 의미심장한 전언을 남기기도 했다. 앞서 신 변호사가 "저는 청구, 발부 두 개 다 안 된다 이렇게 두 번의 배팅에 다 실패했는데, 변호사로서는 그런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히자, "신 변호사님하고 바깥에서도 혹시 우리가 공장장에 오염돼서 좀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부분들을 계속 이야기 하면서 '이건 이렇게 볼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이야기를 몇 차례 했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영잘 발부 사안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는 것. 이밖에도 정 교수가 받고 있는 혐의와 관련해 이들은 모두 검찰·법원과는 확연히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사모펀드 의혹의 경우 신 변호사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가조작은 보통 짧은 시간에 치고 빠지는 수법을 쓰기 마련인데, 정 교수의 동생은 1년째 주식을 장기 보유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경우와는 많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WFM 주식 12만주를 동생 집에 현물 보관했다는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증권등보호예수업무규정을 보면 보호예수된 주식을 매매하면 계좌 대체를 예탁원에서 안 해 준다. 실물을 반환 받아서 매수인에게 건네주도록 규정이 돼 있어서 당연히 현물을 보관할 수밖에 없다"라며 "현물 보관만 가지고 은닉으로 생각을 했다면 그건 너무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자신들의 시각이 편향적인 것은 아닌지 되짚어봤다는 이들 법조 전문가의 판단은 이처럼 검찰, 법원과는 사뭇 달랐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법원의 영장 발부를 지극히 이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 두 달 간 정국을 휘몰아친 이른바 '조국 사태'와 관련해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터져나오고 있다. 검찰에 대한 비판은 비단 외부에서 뿐만이 아니라 내부에서도 뜨겁게 표출됐다. 서지현 검사는 지난달 7일 SNS에 "보아라 파국이다. 이것이 검찰이다. 거봐라 안 변한다. 알아라 이젠 부디. 거두라 그 기대를. 바꾸라 정치검찰"이라 적으며 "사람들은 여전히 검찰을 너무 모른다. 나는 실체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유례없는 신속한 수사개시와 기소만으로 그 뜻은 너무나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임은정 검사 역시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지금 사문서 위조 자소서 한줄 한줄 열심히 압수수색해서 하고 있지 않느냐"며 "검사가 공문서를 위조했는데 그게 경징계 사건이고 형사입건 대상도 아니라면서 기각하고 있다. 이런 이중적 잣대는 검찰이 얼마나 수사지휘권을 조직을 보호하는 데 이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임 검사가 직접 고발장을 낸 검사의 공문서 위조 사건은 1년이 넘도록 뭉개고 있으면서 조 장관 자녀들에 대한 인턴증명서 위조 논란에는 특부수 검사 수십 명을 투입해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의 행태를 작심 비판한 것이다.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분노, 선택적 정의" 관행에 대한 신랄한 일침이리라. 사법부의 처지 역시 그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양승태 대법원의 추악한 사법농단 실태가 백일 하에 드러나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크게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 교수에 대한 영장 발부와 관련해 뒷말들이 무성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했던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49·사법연수원 28기)가 과거 가습기살균제 사건 당시 인명피해를 낸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 애경그룹 대표와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은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의 구속 영장을 기각시킨 이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 주지하다시피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을 향한 싸늘한 시선은 신뢰가 실추된 두 조직의 씁쓸한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사법개혁을 열망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일 터다. 법리에 밝은 전직 판사와 변호사, 법조 전문기자가 검찰 수사와 영장 발부를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지경이라면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은 앞으로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국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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