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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의 “안철수! 안철수! 안철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팬클럽 간부 400여명 15일 회동

고하승 칼럼 | 기사입력 2017/04/17 [01:58]

손학규의 “안철수! 안철수! 안철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팬클럽 간부 400여명 15일 회동

고하승 칼럼 | 입력 : 2017/04/17 [01:58]

국민의당 경선에서 패배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팬클럽 간부 400여명이 15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한다기에 참석해 봤다. 

우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팬클럽의 규모와 그들의 열성에 놀랐다. 

수천여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손사모와 민심산악회를 비롯해, 학규마을, 손잡고미래로, 나라사랑, 손수건, 손수레, 손사랑, 자유광장, 희망연대, 열린미래포럼, 손의길연대, 장작회 등등 크고 작은 단체들이 20여개 가량 된다고 한다. 


이들 단체의 간부진들만 모였음에도 그 수가 무려 400여명에 달했던 것이다. 단지 한 끼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전남 여수와 광주, 심지어 손 전 대표가 머물던 전남 강진에서도 먼 길 마다않고 올라온 것이다. 경남 밀양과 부산에서 올라온 지지자들도 상당수에 달했다.

어떻게 승자가 아닌 패자의 모임에 이런 열의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인지 의아했다.

정치인의 모임이라는 게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사방에서 모여 들지만 패자가 되는 순간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지는 게 일반적인 까닭이다. 

그런데 이 모임은 달랐다. 오히려 바윗돌처럼 더욱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손 전 대표가 인사말을 하는 도중에 간간이 “아, 저런 분을 못 알아본 유권자들이 안타깝다”는 탄식이 흘러나오는가하면, “저런 분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우리가 죄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한순간, 지지자들이 여기저기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순간 손학규 전 대표는 단상에서 “안철수! 안철수! 안철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무슨 말 끝에 그런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내 지지자들도 그를 따라 “안철수! 안철수! 안철수!”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물론 지지자들 대부분의 눈가는 이미 촉촉이 젖어 있었다. 

손 전 대표는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박지원 대표와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았다.

항상 선당후사 정신을 실천해온 그로서는 막중한 직책을 맡은 이상 그 책무를 다하려 할 것이다. 그 첫 출발점이 바로 자신을 지지하며 경선과정에서 안철수 후보 측과 맞서 싸웠던 그들을 안철수 지지자로 돌려 세우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모습에 지지자들이 안타까워하면서도 다시 한 번 감동을 받았고, 그게 복받치는 흐느낌으로 표출된 것이다.

손 전 대표는 모임이 끝난 후, 참석자들 한 사람 사람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악수를 나누는가하면, 흐느끼는 지지자들은 가볍게 다독거려주거나 안아주기도 했다.

국민의당 경선과정에서 공조직이 노골적으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상황에서도 손 전 대표가 20% 가량을 득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객관적 관찰자 입장에서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만일 이들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면 안 후보는 천군만마를 얻게 되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손 전 대표는 “안철수! 안철수! 안철수!”라는 선창으로 안철수 후보를 미워했던 자신의 지지자들의 마음을 안철수 쪽으로 돌려놓았던 것이다. 

그러면 손 전 대표는 왜 안철수 후보를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일까?

그는 14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부산지역 릴레이 지지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번 대선은 패권세력과 개혁세력의 싸움"이라며 "나라의 미래를 위해 안 후보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패권세력에서 문재인의 패권으로 넘어가서는 안 되고, 개혁세력이 이 나라를 새롭게 해야 한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고 국민주권의 시대를 열어가는 적임자는 안철수 후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고 국민주권의 시대를 열어가는 ‘7공화국’을 건설하기 위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의 바람대로 안철수 후보가 당선되면 ‘7공화국’이 건설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구태 정치인들의 ‘꼼수’에 늘 당해왔던 손 전 대표가 이번만큼은 그의 진정성이 농락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손학규 전 대표가 “안철수! 안철수! 안철수!”라고 외칠 때, 어쩌면 내 마음은 “손학규! 손학규! 손학규!”라고 외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손학규 전 대표의 품성과 인격에 반해 내가 언론인지 지지자인지 헷갈리게 되어 버린 것인가.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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