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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3주기에 만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부조리와 적폐를 몰아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인가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7/04/18 [08:37]

세월호 3주기에 만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부조리와 적폐를 몰아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인가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17/04/18 [08:37]




"절대로 잊지 말자" 
함께 모인 이들은 다짐했습니다. 벌써 3년의 시간이 흘렀건만, 슬픔은 금새 우리 가운데 커다란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교회의 높은 천장으로부터 슬픔이 비처럼 내리고, 우리는 그 슬픔에 흠뻑 젖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의 아픔, 그리고 숨져간 이들의 고통, 이런 것들을 우리가 오롯이 다 이해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도 아이들이 있습니다. 만일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떤 마음일까, 그것에 대한 감정이입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슬픔을 씻어내고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3년을 계속해 싸워 온다는 것, 그 감정은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무게였습니다. 

세월호는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는 세월호 구조 과정에서 인양 과정까지 사이에서 그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그렇기에 세월호는 사회에 또 다른 수많은 세월호들이 있음을 드러내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어제 시애틀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식에서 저는 노동운동계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을 만났습니다.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이 시애틀을 찾아 주셨던 겁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용접공이며, 한진중공업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2010년 12월 15일 생산직 근로자 400명을 희망퇴직시키기로 결정한 것에 반발하여, 2011년 1월 6일부터는 한진중공업 내의 85호 크레인에서 306일간의 고공 농성에 들어갔고 그해 11월에 노사 협의 후 내려왔었지요. 

그 분을 보는 순간 울컥 눈물이 흘렀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 때문에도 그랬겠지만, 김진숙이라는 이름이 주는 그 무게와 의미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한국의 노동환경이야말로 언제든지 사고와 망각의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는 그런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MF 이후 지금까지 갑자기 정리해고된 사람들의 숫자가 얼마나 될까요. 자본의 욕망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간을 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잃고 '사회적 세월호'에 갇혀 침몰되었고, 심지어는 잊혀 갔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공농성은 인간을 잊지 말아달라는 외침이고 몸짓이었을겁니다. 

다행히 우리가 이렇게 함께 모여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것, 그것은 역설적으로 앞으로 우리가 가질 희망을 나누는 행위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드러난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부조리는 결국 정권 자체를 침몰시키는 단초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 정부가 주어진 시스템이 아니라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이 자기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정부의 시스템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박근혜는 결국 탄핵, 구속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역대 그 전례가 없었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 여당이었던 이들은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야당 후보들이 선택의 대상이 되어 형식적인 정권교체는 분명히 이룰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금까지 일어났던 이 모든 형태의 세월호 사건들의 진실을 인양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진실로 대한민국을 정상적으로 순항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아직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를 통해 우리는 지금의 이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됐습니다. 

그 기회가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부조리와 적폐를 몰아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인가, 이 사회에 숨어 있는 수많은 침몰된 세월호들을 인양해내고 그 승선자들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오롯이 우리의 힘입니다. 그 침몰된 또다른 의미의 세월호들을 끌어내는 기중기에 달린 밧줄과 도르레는 바로 우리 자신이어야 할 것입니다. 

마침 이날은 예수 부활의 날. 지금껏 돌아보지 못했던 주위를 돌아보고, 함께 내민 손으로, 그리고 새로 바뀐 정권이 우리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드는 모든 힘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힘이라는 것, 그것을 자각하고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부활절과 함께 맞은 세월호 3주기에 우리가 다져야 할 다짐이 아닌가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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