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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가능성’ 문재인 -- ‘더 좋은 후보’ 안철수? 꼼수 여론조사 문제

‘당선 가능성’과 ‘더 좋은 후보’ 사이에서 머뭇거리게 만드는 여론조사

고하승 칼럼 | 기사입력 2017/04/18 [09:23]

‘당선 가능성’ 문재인 -- ‘더 좋은 후보’ 안철수? 꼼수 여론조사 문제

‘당선 가능성’과 ‘더 좋은 후보’ 사이에서 머뭇거리게 만드는 여론조사

고하승 칼럼 | 입력 : 2017/04/18 [09:23]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대선후보 지지율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면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가.

아니다. 이미 2016년 4·13 총선 당시 여론조사 결과는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바 있다.


당시 대부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과반 의석을 예상했는데 완전히 빗나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실제 총선 사흘 전 여론조사 업체들이 예상했던 의석수는 새누리당 최소 157석~최대 175석, 더불어민주당 83석~100석, 국민의당 25석~32석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는데 그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무려 123석을 차지해 원내 1당이 됐다. 국민의당도 최대 예측 의석수를 뛰어넘어 38석을 차지했다.

이번에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여론조사의 신빙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1995년 죠스팽과 시라크가 결선에서 맞붙었을 때 대부분 여론조사 기관은 죠스팽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결과는 시라크 당선이었다. 미국의 경우 역시 여론조사 기관은 트럼프 당선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처럼 믿을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크다. 이게 문제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한번 살펴보자.

여론조사업체 칸타퍼블릭이 조선일보의 의뢰로 14~15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자 가상대결에서 문재인 후보 36.3%, 안철수 후보 31%로 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 앞섰다. 이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7.2%), 심상정 정의당 후보(2.7%),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2.1%)로 나타났다.

문재인-안철수 가상 양자대결에선 안철수 후보가 앞서는 경우도 있지만, 다자 대결에선 여전히 문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많았다. 하지만 그 차이는 오차범위 안팎이어서 사실상 접전양상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여론조사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잘 못된 인식만 심어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이 조사에서 '누가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50.2%의 응답자가 문재인 후보를, 26.6%가 안철수 후보를 꼽았다. 이어 홍준표 2.2%, 유승민 후보 0.6%, 심상정 0.2%, '없다·모르겠다' 20.3%다.

그런데 '주변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느냐'는 질문에는 안 후보 30.4%, 문 후보 28.5%로 비록 오차범위 이내이지만 ‘안철수’라는 응답이 더 높았다.

이어 홍 후보 4%, 유 후보 1.3%, 심 후보 0.4%,'없다·모르겠다' 35.5%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는 유선전화 및 휴대전화 임의전화걸기(RDD) 방법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고 응답률은 15.3%다. 보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게 무슨 의미인가?

한마디로 당선 가능성은 대세론 후보인 문재인이 더 높게 나타나지만 최근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안철수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안철수가 더 좋은 후보라고 생각한 유권자들 가운데 일부가 그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보고 투표현장에 나가지 않아 기권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심각한 여론왜곡을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선거와 관련, 각 언론사들이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수치를 마치 순위를 매기 듯 구체적으로 발표하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이 ‘더 좋은 후보’에게 소신투표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과 같은 방식의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지양돼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거듭 말하지만 유권자들로 하여금 ‘당선 가능성’과 ‘더 좋은 후보’ 사이에서 머뭇거리게 만드는 여론조사 결과라면 차라리 발표하지 않는 게 훨씬 낫다.

모쪼록 유권자들은 ‘당선 가능성’ 때문에 ‘더 좋은 후보’를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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