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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짝-돌싱특집'편을 보고나서 (하)

이율배반적이고 모순된 세상의 인심과 정서의 합리적인 해결은 무엇일까

최현순 칼럼리스트 | 기사입력 2011/08/01 [07:01]

SBS '짝-돌싱특집'편을 보고나서 (하)

이율배반적이고 모순된 세상의 인심과 정서의 합리적인 해결은 무엇일까

최현순 칼럼리스트 | 입력 : 2011/08/01 [07:01]
▲ SBS'짝' 애정촌 9기 돌싱특집 출연자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 이혼한 부부의 사례를 보면 아이를 아빠가 키우는 경우보다 엄마가 키우기로 합의를 보고 헤어지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또 양육권 문제를 놓고 법정분쟁이 벌어지는 경우에도 대개는 법원에서 엄마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헌데 이와같은 현실속에서 사실 가장 공교로운 상황에 처해지게 되는것이 바로 이혼한 남자들의 경우다.

아이를 자신이 맡기로 하고 새 출발을 했을 경우. 만약 다행히 아이들이 새엄마와 별 문제없이 잘 지내면, 그게 그나마 본전인거고 아이들이 새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으면 그땐 남편까지 덩달아 욕을 먹게 되는것이 세상의 인심이다. 그렇다면, 만약 아이들을 엄마가 키우기로 합의를 보고 새출발을 하면. 이번엔 ‘아이버린 비정한 아버지’로 욕먹기 십상인 것이 세상의 인심이고 정서다.

이런것도 소위 말하는 ‘불편한 진실’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실제 이혼후 재혼한 사례를 보면 남자가 아이들을 데리고 재혼해 새엄마가 생긴 경우엔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여자가 아이들을 키우다 새 남자와 재혼한 경우엔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통상적으로나 사회통념적으로 육아나 살림이 대개 여성의 몫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것일수도 있고, 남자는 본래 성격이 쿨하기 때문에 여자가 이쁘고 사랑스러우면 상대방이 이혼녀건 미혼모건 그런 과거 개의치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아이들까지 모두 감싸안고 포용하게 되지만 여자는 근본적으로 자신이 배아파 아이를 낳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낳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대해 갖는 감정이 근본적으로 다를수밖에 없는 그와같은 생물학적 한계 때문으로 볼수도 있을것이다.

헌데 이혼이 늘어나고 게다가 혼전관계로 아이가 생겨 미혼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는 경우도 적지않은 요즘 세태를 감안한다면, 결국 사회 자체가 ‘모계사회(母系社會)’로 가는것이 바람직하다는 자연스러운 결론이 내려지게 된다. 호주제야 이미 폐지되었으니 더 거론하는것 자체가 무의미하고, 다만 이와같은 사회와 세태의 변화 그리고 현실을 모른채 여전히 호주제 부활을 주장하는 일부 극단적인 ‘남성 우월주의자’들의 행태가 유감일 따름이다. - 혼전관계로 아이가 생겼을경우엔 실제 남자가 아이를 떠맡게 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 사실 필자는 지난 10년간 인터넷에서 새엄마의 입장을 옹호,대변하는 소설이
나 칼럼을 주로 써 온 사람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주제와 관련된 글은 추후
다른 시리즈에서 보다 심도있게 논해야만 할 것 같다.

부부로 살다 이혼을 한 경우, 보통 여자가 아이를 맡기로 합의를 보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은것은 아무래도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것이 맞다’는 판단하에 내리는 결정일 것이다. 그리고 법정에서 양육권 분쟁이 벌어져도 보통은 여자편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남자가 한사코 아이를 자신이 키우겠다고 고집하는 경우는 대개 당사자나 당사자 집안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가부장적이거나 부계혈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찌되었든 호주제야 이미 폐지되었고, 게다가 이혼녀,미혼모가 늘어나는 사회에서 아이를 엄마가 키우게 되는 ‘모계중심사회’로 바뀌는것이 하나의 자연순리라면 그 대세를 거스르거나 억지로 바꿀 생각은 없다. 또 필자가 그럴만한 힘도 없고. 다만 그러기 위해선 분명 전제되어야할 조건은 있다. 아이를 엄마가 키우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헤어진 경우 속사정도 모르면서 남자를 무조건 ‘아이버린 비정한 아버지’로 비난하는 풍조와 정서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인터넷상에선 여전히 호주제 부활을 주장하거나 가부장 중심주의 회복을 주장하는 ‘남성 우월주의 단체’들을 더러 만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단체들은 대개 일부 극렬 페미들의 주장과 전횡에 대한 반발심과 반작용 또는 병역가산점 논란 때문에 화가난 젊은 남성들이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여 세력을 이룬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서 이러한 단체들이 어떤 철학이나 가치관 또는 정책지향점을 갖고 있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수 없다. 이들은 다만 호주제 문제나 병역가산점 논란등에 대한 단순한 반발심에서 일부 극렬 페미들을 강도높게 비난하거나, 또는 TV 드라마 같은데서 남성비하(?)적 장면이나 표현이 나왔을 경우 해당 공홈 게시판을 찾아가 원색적인 욕설이나 비상식적인 표현으로 비난글 도배를 하는것이 이들 행태의 전부다.

따라서 이런 단체들과 이혼가정 문제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거나 대화를 가져보는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차라리 재향군인회류의 반공수구 단체들은 이념적 정체성과 소신이라도 있지, 인터넷상에서 이따금 볼수있는 ‘남성 우월주의 단체’들은 그저 일부 극렬 마초들의 해우소 수준이나 다름없다.

필자의 심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글의 결론을 이대로 ‘호주제 폐지는 정당한 선택이었으며, 모계중심사회로 가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내리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 행여 또 인터넷의 ‘남성 우월주의’ 단체들로부터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서. 다만 어차피 그 사람들이야 이혼,재혼가정의 문제 해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고뇌가 없는 사람들이니 이런 토론의 대상에 포함시키는것이 오히려 부적절할것 같다.

다만 한가지 분명히 말하고 싶은것은, 최소한 필자가 조사해본 범위내에서는 이혼후 여자가 아이들을 데리고 재혼한 경우엔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데, 남자가 아이들을 데리고 재혼한 경우엔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더라는 점이다.

그 이유를 분석하자면 사회통념상 보통 자녀육아나 살림을 여성이 도맡아하기 때문으로 볼수도 있을것이고, 남자는 쿨하기 때문에 상대가 이혼녀든 미혼모든 개의치않고 그 자녀들까지도 사랑하고 포용하게 되지만, 여성은 근본적으로 자신이 배아파 아이를 낳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낳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대해 갖게되는 감정이 다를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차이에서 원인을 찾을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어느쪽이 되었건 현실과 나타나는 사회현상이 이와같을진대, 어떻게 하는것이 이혼,재혼가정의 문제를 보다 평화롭게 그리고 보다 많은 가족구성원의 행복추구를 지향하는 해결책인지는 이미 답이 나온것이나 다름없는것 같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정서와 인심과 관련해서는 한가지 고민하고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는 분명히 있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명제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것이나, 그렇다면 그렇게 되었을 경우 혼자가 된 이혼남을 바라보게 되는 세상의 시선들이다.

이미 여러번 언급했지만, 남자가 이혼후 아이들을 엄마가 키우는걸로 합의를 보았을 경우 자칫 ‘아이버린 비정한 아버지’란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십상이고, 자신이 아이를 맡기로 결정한 경우엔 다행히 애들이 새엄마와 아무런 문제가 없이 잘 지내면 그나마 본전이고, 새엄마와 문제가 생기면 그 욕과 비난은 남편까지 덩달아 함께 덮어쓰게 된다. 이 이율배반적이고 모순된 세상의 인심과 정서는 과연 어떻게 해결하는것이 합리적일까.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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