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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통해본 상업자본의 정치권력 장악

6. 大魚返海 - 대어가 어망에서 빠져나와 바다로 돌아가다.-

양산박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1/08/02 [02:51]

고전을 통해본 상업자본의 정치권력 장악

6. 大魚返海 - 대어가 어망에서 빠져나와 바다로 돌아가다.-

양산박 논설위원 | 입력 : 2011/08/02 [02:51]

6. 大魚返海(대어반어)
- 바다로 돌아온 대어.-

여불위는 진나라의 왕손 이인과 함께 소양왕에게 작별을 고한 다음 길을 출발하여 함양에 당도했다. 그 전에 어떤 사람이 먼저 태자인 안국군에게 달려가 왕손 이인이 조나라를 탈출하여 함양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안국군은 화양부인에게 말했다.
「이인이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 하오.」
안국군은 부인과 함께 내당에 좌정하고 이인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여불위가 도중에 이인에게 당부했다.
「화양부인은 곧 초나라 왕의 딸이고, 전하는 이미 그녀의 양아들이 되었습니다. 그녀를 뵈올 때는 반드시 초나라 복장을 입어 부인을 평소에 그리워해 왔다는 마음을 표시해야 합니다.」
이인이 여불위의 말대로 옷을 초나라 복장으로 바꾸어 입고 동궁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던 안국군과 화양부인에게 차례로 인사를 올린 후에 흐느껴 울면서 말했다.
「불초한 자식이 오랫동안 부모님 곁에 떨어져 있어 곁에서 모시지 못했습니다. 부디 부모님께서는 이 불효자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화양부인은 이인이 입은 초나라의 복식을 보고 매우 놀랐다. 이인은 머리에는 남관(南冠)을 쓰고 발에는 표석(豹舃)이라는 신발을 신었으며 짧은 도포에 혁대를 차고 있었다. 화양부인이 이인에게 물었다.
「너는 오랫동안 한단에 살았는데 어찌 초나라 사람들의 복장을 입고 있느냐?」
이인이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불효자가 매일 밤 어머님 생각이 나서 특별히 초나라 복장을 만들어 입고 있으면서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화양부인이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나는 초나라 출신의 여자이니라. 내 마땅히 너를 아들로 삼아야 겠다.」
안국군도 옆에 있다가 화양부인의 말을 거들었다.
「너는 오늘부터 이름을 자초(子楚)로 바꾸어 부르도록 해라!」
이인이 절을 올리며 감사의 말을 올렸다. 안국군이 다시 이인을 향해 물었다.
「삼엄한 조나라의 경계를 어떻게 뚫고 빠져 나올 수 있었느냐?」
자초는 조왕이 자기를 죽이려했기 때문에 여불위가 가산을 모두 털어 뇌물로 사용하여 몸을 빼낸 일의 전후 사정을 상세하게 말했다. 안국군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불위를 불러오게 하여 그의 노고를 치하했다.
「선생이 아니었다면, 나의 어질고 효성스러운 아들을 잃어버렸을 것이오. 오늘 동궁 소유의 전답 200경(頃), 저택 한 채와 황금 50 일(鎰)을 내리니 당분간 비용으로 쓰기 바라오. 부왕께서 돌아오신다면 내가 품하여 벼슬과 작록을 내리도록 하겠소.」
여불위가 안국군에 감사의 말을 올리고 동궁에서 물러 나왔다. 자초는 계속 머물면서 화양부인과 함께 궁중에 기거했다.

한편 조나라의 한단성에서는 여불위 일행이 성문을 빠져나간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술에서 깨어난 공손건에게 좌우의 부하들이 와서 고했다.
「진나라의 왕손 일가가 어디로 사라져 버려 행방이 묘연합니다.」
공손건이 다시 사람을 시켜 여불위 집으로 가서 알아오라고 시켰으나 그 사람이 돌아와 고했다.
「여불위도 역시 사라져 어디로 간지 알 수 없습니다.」
공손건이 그때서야 크게 놀라 소리쳤다.
「여불위는 3일 후에나 성 밖으로 나간다고 했는데 어찌 지난 밤 사이에 사라져 버렸단 말인가?」
공손건이 즉시 남문으로 달려가 수장을 불러 여불위가 밖으로 나갔는지를 물었다. 남문의 수장이 군사들을 불러 심문한 후에 공손건에게 대답했다.
「여불위가 그 권속들을 데리고 성 밖으로 나간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저희는 단지 대부의 명을 받들어 내보내 주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들의 일행 중에 진나라 왕손도 끼어 있었는가?」
「여씨 부자와 몇 명의 종자들뿐이었고 왕손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공손건이 발을 동동 구르며 탄식했다.
「종복들 중에 필시 왕손이 섞여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일개 장사군의 간계에 속임을 당했구나!」
공손건이 즉시 표문을 지어 조왕에게 고했다.
「신 공손건은 전하께서 내리신 감시 업무를 태만히 하여, 진나라의 인질인 왕손 이인이 달아나게 만들었습니다. 신의 죄는 죽어 마땅합니다.」
공손건이 표문을 써서 종자에게 주어 조왕에게 바치게 하고 자기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 목을 찔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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