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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은 아사리 정치판 ‘양치기 소년’인가

고하승 칼럼 | 기사입력 2019/08/11 [20:27]

유승민은 아사리 정치판 ‘양치기 소년’인가

고하승 칼럼 | 입력 : 2019/08/11 [20:27]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근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을 거론하면서 통합시점을 ‘손학규 대표가 정리되면’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유승민 의원과 한국당 사이에 구체적인 얘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느꼈다”며 “유승민 의원도 이제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가 유 의원에게 특별히 ‘솔직’을 강조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유 의원은 바른정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때 한 언론이 유 의원의 ‘인사 청탁’의혹을 보도했다.



유 의원이 2014~2015년 동향 출신이자 대학원 동문인 안종범 전 경제수석에게 최소 10명 이상의 공공·금융 기관 임원 인사를 청탁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실제 신문은 유 의원이 안 전 수석이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된 2014년 6월부터 1년간 평소 알고 지냈거나 지인에게 소개받은 사람 10여명을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대표 또는 감사 등에 앉혀달라고 안 전 수석에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유승민 의원은 ‘펄쩍’ 뛰며 "청와대가 워낙 내정을 많이 하니까 내정한 사람이 있는지 알아봤을 뿐"이라며 "불법 인사청탁이 전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8일 앞두고 검찰이 정치공작에 가담하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그의 해명을 믿고 정말 유 의원이 인사 청탁도 하지 않았는데 검찰이 ‘정치공작’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작년 7월 26일 유 의원이 안종범 전 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한 정황이 담긴 구체적인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개됐다.


당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유 의원은 2014년 7월 안 전 수석에게 “조○○ XX증권 사장을 그만두는 분이 있어요. 경북고 1년 선배인데 금융 쪽에 씨가 말라가는 TK죠. 대우증권 사장 및 서울보증보험 사장에 관심 있어요. 괜찮은 사람입니다. 도와주시길. 서울보증보험 자리는 내정된 사람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알아볼게요. 되도록 노력할게요”라고 답했다.


유 의원은 이후에도 거듭 조아무개씨를 신경써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같은 해 9월에는 “안 수석 요즘 민원이 많네. 한국벤처투자주식회사 사장 공모에 지난번 대우증권 때 말씀드렸던 조○○씨가 최종 3배수에 1순위로 올라가 있다는데 후보자마다 세게 민원을 하는 모양이네요. 한번 챙겨봐 주소”라고 보냈고, 이에 안 전 수석은 “잘 챙기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유승민은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거나 “죄송하다”고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실제 유 의원은 “당시 제 의도는 청와대가 미리 내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정된 인사가 있는지를 물어보고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탁으로 비친 점은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을 뿐이다.


즉 자신은 ‘청탁’을 한 것이 아닌데, ‘청탁으로 비친 점’이 송구하다는 것이다. ‘정치 공작‘이라고 펄쩍뛰던 사람의 변명치고는 너무나 황당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유승민 의원의 친구인 고 정두언 전 의원이 “청탁할 때 도와달라고 하지 뭐라고 하느냐”며 “청탁이 맞다”고 꼬집었겠는가.


손 대표가 유 의원에게 “솔직하게 말하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런 유 의원의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유 의원의 이런 태도는 결과적으로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나경원의 통합 언급에 대해 유승민 의원이 “나 원내대표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입장문을 냈지만, 입장문에서 나 원내대표만 특정하면서 반대로 한국당 소속의 다른 의원 또는 황교안 대표 측과 교감을 나눴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장진영 바른미래당 대표 비서실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유승민 전 대표의 이러한 애매한 태도 때문에 끊임없는 분란과 오해가 생겨왔다고 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이 거짓이라면 ‘한국당과 통합하지 않는다. 꿈 깨라’ 이렇게 말하셔야 합니다”라며 “그런데 통합에 대한 말은 없이 나경원 대표와 만난 적이 없다고 하는 게 무슨 대답이 됩니까”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도 유승민 전 대표는 한국당 통합문제에 대해 한번도 명확하게 선을 긋지 않고 항상 ‘한국당이 변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이제라도 입장을 명확하게 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유 의원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과거에 그렇듯 이번에도 그는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게 정치인이라지만 유 의원은 좀 심하다. 그러다 ‘양치기 소년’이라는 별명이 붙으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고하승:시민일보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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