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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갑-공희준 대담(사회:김용민) 2

영남인이 당선시킨 호남 대통령은 왜 없나

공희준 | 기사입력 2011/11/14 [21:17]

한화갑-공희준 대담(사회:김용민) 2

영남인이 당선시킨 호남 대통령은 왜 없나

공희준 | 입력 : 2011/11/14 [21:17]

영남인이 당선시킨 호남 대통령은 왜 없나

- 공희준 (이하 공) : 저는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은 정치적 왜곡현상들이 발생한 원인은 언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부설 연구원에서 일하는 제 친구를 며칠 전에 만났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다짜고짜 하는 말이 요즘 한겨레신문이 너무 설친다는 거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언론개혁을 최초로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작업은 실패했다고 봅니다. 왜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같은 보수매체의 힘을 줄이지는 못하고, 그 대신에 언론계를 모두 통틀어서 영남 출신 언론인들의 전체적인 쉐어(Share)만 더 크게 만들어놨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한겨레신문 논설위원들 중에서 민주당을 가장 욕하는 인사들, 그리고 이른바 ‘문재인 대망’론이나 또는 ‘유시민 대망론’을 펴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가 경상도 출신들입니다. 김 대통령이 살아 계시다면 저는 감히 이런 추궁성 질문을 드리고 싶었을 겁니다. 대통령께서 하신 언론개혁이 어디에서 방향을 잘못 설정하고, 또 어느 지점에서 그릇된 빌미를 제공했기에 보수매체와 진보언론을 막론하고 이른바 영남인맥의 파워만 늘렸느냐고요?

- 김용민 (이하 김) : 국민의 정부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국민일보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나중에는 중앙일보도 했고요? 그러한 것들이 정권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었나요?

= 한화갑 (이하 한) : 그건 행정부에서 주관한 일이라 저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한 이후 정치보복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언론사 세무조사는 우리가 최초로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저항이 컸기에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언론을 탄압한다는 인상을 주는 바람에 결국은 손해만 봤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호남 출신입니다. 호남 사람이 집권해서 다른 지역이 불이익을 줬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오히려 호남 이외의 다른 데 배려한 것이 더 많았습니다. 전라도에 배려하기보다 다른 지역을 더 많이 배려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는 영남 사람들이 다시 득세했습니다. 영남 대통령은 영남 출신의 자기 사람 써도 되고, 호남 대통령은 호남 출신의 자기 사람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이것은 편견입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그릇된 편견에 우리는 함몰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 고향 사람을 마음껏 데려다가 썼습니다. 전라도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대통령인데 경상도 세상이 된 거지.

노무현 대통령 때는 정부가 신문사들에 돈을 줬습니다. 반면 김대중 대통령 때는 안 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신문사는 사기업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사기업인 신문사한테 보조를 해줍니까? 그래도 정부에서 보조를 받은 것 덕분에 한겨레신문 같은 매체들이 사세를 복원하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한겨레신문 영구독자입니다. 그런데 한겨레신문이 집에 배달되어도 제대로 읽지를 않습니다. 요새 한겨레신문은 자기편이면 꼴찌라도 일등으로 추켜세우고, 상대방은 1등이라도 꼴찌처럼 무시합니다. 그러니 내가 읽고 싶은 마음이 나겠어요? 내가 영구독자임에도 집에 받아만 놓고, 한겨레를 읽지 않는 이유입니다.

- 공 : 김중배 전 MBC 문화방송 사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임명하신 분입니다. 김중배 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사실상 잘린 셈이죠. 김중배 씨는 MBC에서 잘릴 때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연주 씨 같은 경우는 참 역겹거든요. 그 양반 입장에서야 잘린 게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KBS 한국방송 사장이면 우리나라에서 누릴 만큼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권부 중에 하나 아닙니까? 하지만 정연주 씨는 잘린 다음에 무지하게 시끄러웠습니다. 나 좀 살려달라고, 내 밥줄 좀 다시 돌려달라고 난리를 피웠습니다. 정연주 씨는 그렇게 악착같이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애를 섰는데 김중배 사장은 왜 그렇게 조용히, 그리고 순순히 퇴진한 건지 저는 그게 의문입니다. 범위를 확장하면 호남 사람들은 왜 그렇게 패배주의적입니까? 김중배 씨의 경우도 만약 노 대통령한테 억울하게 잘린 거라면 지금

정연주 씨가 하듯이 권력과 맞서 싸웠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 한 : 남이 그러니까 나도 그랬어야 한다는 것 같은데 그건 김중배 선생 본인한테 직접 물어봐야만 알 수 있는 일이겠지요. 나는 대구나 부산에 내려가면 “동서화합을 하자고 하는데 말로만 그러는 말고 행동으로 옮겨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 어떤 것이 동서화합이냐? 우리나라의 동서대립은 대통령 선거가 그 생성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좋게 보면 서로 내 고장 사람을 뽑아주겠다는 경쟁입니다. 그런데 전라도에서는 경상도 사람을 벌써 두 사람이나 대통령에 당선시켜줬습니다. 박정희 후보가 전라도 이외의 지역에서 15만 표를 윤보선 후보에게 졌는데, 전라도에서 30만 표를 준 덕분에 대통령이 될 수 되었습니다. 노무현 후보도 전라도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밀어준 덕택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가 있었습니다. 전라도에서는 이렇게 경상도 사람을 두 명이나 대통령에 당선시켜줬는데 경상도에서는 전라도 사람을 대통령에 만들어준 적이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한 번이라도 경상도에서 전라도 대통령을 만들어주자는 운동이 일어나야 동서화합하자는 얘기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을 영남에 갈 때마다 하곤 합니다. 설날 가래떡도 품앗이한다고 했습니다. 매일 내 것도 내 것이고, 네 것도 내 거라고 한다면 어떻게 화합이 되겠습니까? 나는 어제는 내가 네 덕을 봤으니, 오늘은 네가 내 덕을 봐야 옳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는 정연주 전 사장과 친분이 두텁습니다. 같은 감방에서 함께 감옥살이도 한 적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권이 바뀐 덕분에 KBS 사장이 됐다면, 다른 정권이 들어서면 빨리 나오는 게 정치적 도리에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연주 씨는 안 나오려고 하더라고요.

- 공 : 저는 경상도 사람들은 참 악착같다고 생각합니다. 내 것도 내 것이고, 네 것도 내 거라고 우기는 그 지독한 독점욕만큼은 어떨 때는 정말 부럽기도 합니다. 제가 얼마 전에 동국대 황태연 교수를 만났는데, 황 교수님이 현재의 정치적 흐름은 여당도 영남, 야당도 영남으로 가는 구도라면서 이러한 흐름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셨습니다. 저는 여당도 영남, 야당도 영남인 구도는 흔히 말하는 영남패권주의가 작동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한국의 현실정치에서, 대한민국의 제도정치에서 이 영남패권주의와 가장 강하게 맞서 싸워야 할 의무가 있고, 또 그럴 능력이 있는 정당이 민주당임에도 지금의 민주당은 이러한 싸움을 포기했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체념 같기도 하고요. 싸우기는 고사하고 지금이 민주당 고위 당직자들을 보면 “문재인이 최고야!”를 외치면서 검증 안 된 경상도 인물을 추켜올리는 발언들만 계속 남발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영남패권주의와의 싸움을 포기하고 구제불능의 무기력증에 빠진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김 : 그러고 보니 대표님께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한 : 솔직히 저는 그분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다만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했지만, 스캔들 없이 넘어갔다는 점은 인정하는 바고요, 과거 호남세가 김대중 대통령을 민 것은 같은 전라도 사람을 통한 일종의 대리만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호남인의 수가 적으니깐 다른 곳에 빌붙어서 우리도 행세해보자고 하는 것은 역적 근성이요 주체성의 결여일 뿐입니다. 나도 호남인이지만, 전라도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한 노예의 처지에서 영원히 해방되지 못할 겁니다. 전라도 지식인들은 이걸 알아야만 합니다. 중앙에서 명망 있는 사람들이 호남에 내려와서 칭찬을 해주면 서울에서 온 사람조차 자신을 알아준다면서 지역 안에서만큼은 자기가 최고인 것처럼 마냥 행세를 해. 그러나 일단 지역을 벗어나면 지역에 있을 때만큼 대접을 받는 수는 없습니다. 중앙에서는 그 지역의 인물들을 이용의 대상으로만 대접하는 거지, 섬기는 대상으로서 대접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주객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민주당이 영남패권주의에 함몰될 수밖에 없는 것은 민주당의 현 실세들이 호남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대표도, 원내대표도 전라도 사람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이 사람들은 호남 사람은 필요 없고, 호남 사람의 표만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순천에다가 민주당 후보 대신 다른 당 후보를 내놓고 밀어주라고 강요하는 거지요. 저는 순천시민 앞에서도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순천시민은 바보 취급을 당한 거라고, 순천시민은 주체성도 없는 투표노예로 내몰린 거라고. 주체성을 상실한 노예근성에 찌들어 있으면서 어떻게 스스로 주인 노릇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 공 : 투표셔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니면 빵셔틀의 아류인 표셔틀이던가. (웃음)

= 한 : 주체성을 상실한 채 표만 찍어주어야 하는 굴레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바로 내년 선거가 탈피했느냐, 탈피하지 못했느냐를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할 겁니다. 주인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주체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지역대립을 조장하려고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확보하려면 이제는 지역 사람들이 줏대를 가지고 단결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부터는 정치적으로 내 자식을 키워 달라는 부탁입니다. (격앙된 목소리로) 내 자식을! 설사 지금은 좀 못나 보여도 잘 키워서 잘나게 만들 생각을 해야 합니다. 내 자식은 못났으니까 다른 놈한테 가서 꼬리 붙들고 내가 도와줄 테니 나 좀 생각해주라? 천만의 말씀입니다. 심지어 이명박 후보가 장로라고 해서 전라도의 기독교 목사들이 모두 나서서 밀어줬지만, 전라도 목사와 장로들 때문에 대통령 됐다며 지금의 청와대가 초청 한번 해준 적 있습니까?

- 공 : 정두언 씨의 말로가 보입니다.

정동영은 자숙해야, 김두관은 나름대로 잘해

- 김 : 대표님, 그렇다면 좀 못난 자식은 또 누구입니까?

= 한 : 어떠한 특정한 인물을 염두에 두고서 한 얘기는 아닙니다. 호남에 호남에 대통령 후보감이 없다고 여기는 현실을 빗대어 말한 것입니다.

- 김 : 현재로서는 정동영 의원이 그래도 상대적으로 호남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대권주자입니다.

= 한 : 정동영 의원은 내 고향 후배입니다. 잘되기를 바랍니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 투표 안 하려다가 정동영 의원에게 한 표 찍기 위해서 투표했습니다. 왜 그랬냐? 내가 대통령 후보 경선에까지 나갔던 사람입니다. 대통령 선거에 기권했다면 말이 안 됩니다. 그래서 정동영 후보한테 한 표를 주기 위해서 투표장을 갔다 왔습니다. 나는 정동영 의원이 대통령 후보로서 자신이 대권을 가지려는 생각하는 것을 나무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 의원은) 반성해아 합니다. 과거에 부정선거가 난무할 때도 대통령 선거에서 더블스코어로 진 야당 후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민주화가 진전된 상황에서 더블스코어로 졌습니다. 그러면 자숙하고 반성해야지. 정 의원이 듣기엔 기분 나쁠 지도 모르겠지만 이 얘기는 언젠간 꼭 하고 싶었습니다.

- 공 : 자숙과 반성은 문재인 씨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아닌가요? 문재인 씨가 청와대 비서실장을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잘 보필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권을 빼앗긴 게 아닙니까? 그럼에도 저는 문재인 씨가 진정으로 자숙하고 반성했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금시초문입니다.

= 한 : 나는 정동영 의원에 관해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거기까지 논리가 비약하면 곤란하지. (웃음)

- 김 : 대표님께서는 비전을 말씀하시려고 하시겠지만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내용인 터라 인물평을 하나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손학규 대표는 2012년에 과연 어떤 궤적을 그릴게 될까요?

= 한 : 이건 참 미묘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나는 손학규 대표는 대표직을 내놓은 이후부터는 상승곡선을 그리기가 어려울 거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 김 : 지금도 사실 하향세입니다.

- 공 : 대담 서두에서 이제는 지역발전과 고향발전을 위해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역발전과 고향발전에 올인한 사례로는 김두관 씨가 대표적입니다. 왜냐? 김두관 씨는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면 정말 무슨 짓이든지 할 사람처럼 보이거든요. 예컨대 LH(토지주택) 공사가 전주에 가는 것조차 아깝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한데 문제는 어떤 거냐면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라는 사실입니다. 영남 정치인이 영남을 위해 뛰는 것을 보면 뭐라고 안하는데, 호남 정치인이 호남을 위해서 뛰면 갖은 욕을 해댑니다. 특히 자칭 진보언론들일수록 더 길길이 날뜁니다. 대체 왜 그런 겁니까? 저는 김두관 지사가 LH공사 전부 다 경남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진보언론에서 김 지사를 비판하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설사 비판을 한다고 해도 일종의 요식행위나 체면치레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만약 한화갑이 토지주택공사 전부가 전남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경우 한겨레신문이나 오마이뉴스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시쳇말로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웃음)

=한 : 제가 국회의원을 하다가 5년가량 공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역발전을 위해 추진했던 일들이 그 공백기간 사이에 한 뼘도 진척이 되지 않았습니다. 단 한 뼘도! ‘새천년대교’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내가 국회의원직을 그만두면서 그 다음해 예산에다가 본예산에도 없는 걸 증액시켜서 10억 원의 설계비를 마련해주고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그 다음다음 해에 보니까 200억인가 얼마가 공사비로 책정되어 있었습니다. 7,000억 원이 드는 공사에 200억 원은 새 발의 피지요. 그 결과 여태껏 단 한 뼘도 진도가 못 나갔습니다. 참으로 분통이 터지는 일이지요. 건설부에서 예산을 책정도 안한 것걸 내가 설계비까지 만들고 나왔는데, 그걸 못 받아먹고 있습니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내가 고향발전을 위해서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김두관 지사가 토지주택공사를 경남으로 가져가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김 지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김두관 지사는 경상남도 도지사입니다. 경남지사는 경남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자리입니다. LH를 두고서 경남이 전북과 싸웠는가 하는데, 김두관 지사는 전라북도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요? 자기 지역의 이익을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굳이 누군가를 비판해야 한다면, 내 지역으로 가져가겠다는 걸 비난할 것이 아닙니다. 중앙정부가 처음에 결정한 대로 일처리를 하지 않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해야 옳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시장은 서울시민을 위해서 일하기로 작정하고 뽑힌 것이지, 경기도민을 위해 일하기로 결심한 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서울시의 이익에 철저해야 훌륭한 서울시장입니다. 김두관 지사는 경남지사로서의 자기소임을 다한 것입니다.

- 공 : 대표님 견해를 뒤집어서 역으로 해석하자면 전북 지사는 밥값 못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 한 : 그런 주장은 아니고. (웃음) 전북지사가 정당한 자기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햇다고 볼 게 아니라 중앙정치가 전북의 손을 안 들어줬다고 봐야지. 이 일과 관련해서는 전라북도에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호남에서 당선된 의원들 전부가 LH공사가 경남으로 가는 건 형평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따졌어야 합니다. 경상도 국회의원들은 벌떼처럼 나와서 떠드는데, 전라도는 다 입 딱 다물고 제대로 항의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뒷북치기로 항의방문이나 하고.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 김 : 전북지사께서는 삭발까지 했습니다.

= 한 : 그런 방법으로라도 의사표현을 한 건데, 거기(삭발)에는 자기가 지역의 이익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의 측면도 있겠지만, 전북 주민들한테 자신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표시도 담겨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안 그렇소?

관장사는 옳지 않다

- 공 : 며칠 후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2주기가 돌아옵니다. 저도 동교동계 정치인들을 혹독하게 비판해온 입장이지만, 동교동계는 한 가지 정치적 도의만큼은 정말 충실하게 지켜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 정치적 도의가 뭐냐면 동교동계는 대놓고 이른바 ‘관장사’는 안 한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의 민주당이 사실상 유훈통치 체제와 마찬가지 상태 아닙니까? 시대착오적 유훈통치. 문제는 그 유훈통치의 혜택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셨던 분들에게는 전연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을 앞세운 유훈통치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동교동 내부에 우리는 친노세력과는 다르게 ‘관장사’는 하지 말자는 내부적 합의가 암묵적으로 있었나요?

= 한 : 그런 합의 같은 건 없습니다. 동교동계 내부에는 동교동이 정치적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나아가자고 모여서 결의하고 실행하는 일들은 없습니다.

- 공 : 그럼 순전히 개인의 상식적 수준에서 관장사는 옳지 않다는 판단하신 건가요?

= 한 : 그렇죠. (동교동계)는 옳지 않은 건 분명히 안 합니다.

- 공 : 그 대가로 지금의 현실정치에서 굉장히 많이 손해를 보고 계시지 않습니까?

= 한 : 그런 면이 있지요.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살아온 길이니까.

- 공 : 김 전 대통령의 업적 중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남북관계가 파탄 일보직전에 이르렀습니다.

= 한 : 일보직전이 아닙니다. 완전히 파탄이 났습니다.

- 공 : 대표님께서는 대학교 학부에서 외교학을 공부하셨신 걸로 알고 있스비다. 그래서 여쭙겠습니다. 제가 요 며칠 동아시아 외교정세를 관찰해보니까 한국정부가 호구 노릇을 하는 이른바 ‘통미봉남’ 구도가 또다시 재현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남한이 동아시아 외교에서 철저하게 왕따 내지 등신 소리를 듣는 상황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교체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그 양반 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 한 : 그건 그 양반한테 직적 물어봐야지. (웃음) 아까 질문 중에서 남북문제에 관한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을 그렇게 크게 내세웠는데, 저는 사실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싶습니다. 재작년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 후에, 제 기억으로는 8월 23일자 한국일보 지면에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이 ‘복지대통령 김대중’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 공 : 아, 기억납니다.

= 한 : 그래요, 복지대통령! 거기서 홍사덕 의원은 독일 복지의 원조는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고, 미국의 복지 원조는 루즈벨트 대통령이었고, 한국의 복지의 시발점은 김대중 대통령인데 국민들이 그걸 잘 모른다고 썼어요.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이 제도화시킨 복지정책들을 전부 나열했습니다.

- 김 :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이 말입니까?

= 한 : 예. 김대중 대통령이 4대 보험을 완성시켰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했으며, 국민연금을 제도화했다고 홍사덕 의원이 이야기했습니다. 국민연금! 그때 얼마나 말썽이 많았습니까?

- 공 : 저는 의약분업과 국민연금 때문에 나라 뒤집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웃음)

= 한 : 하지만 지금 농촌에서부터 국민연금의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노인수당도 지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거해서 정부가 국민생활을 보장해주고 있고요. 정작 우리는 잊은 부분을 홍사덕 의원이 지적해서 참 부끄럽더라고. 오늘날 의료제도 정착시키고, 4대 보험 도입하키고, 국민생활 안정시키고, 노인들한테까지 수당 올려주고. 특히 의료보험의 경우에 있어서는 암까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게 해주었습니다. 암으로 고생하다가 돌아가신 분들 장례식장에 가보면 그 자제분들이 “ 김대중 대통령 덕을 많이 봤습니다.”라고 하기에 “왜 그러냐고?”고 물으니까 “아이고, 암치료에 얼마나 돈이 많이 들어갑니까? 그런데 건강보험으로 인해서 돈이 적게 들었가습니다.”고 대답하는 걸 여러 번 접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문화 분야에서도 탁월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신상옥 감독이 돌아가셨을 때 일입니다. 문상을 갔더니 지금은 강원도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배우 최종원 씨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거였습니다. 제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국민의 정부에서 1,000억 원의 영화발전 기금을 조성해줘서 돈이 없어서 촬영에 들어가지 못했던 좋은 시나리오들이 많이 영화화되었다는 겁니다. 어디 영화뿐입니까? 파주에 출판단지 만들고, 거기다가 400억 원가량의 출판발전 기금까지 마련해줬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집권 시기에 문화발전을 위해 기여한 공로는 이것들 빼고도 많습니다.

- 김 : 누구처럼 18년을 집권하셔야 했는데….

= 한 : 6ㆍ15 남북정상회담으로 상징되는 남북관계의 발전은 결코 잊히지 않을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입니다. 그걸로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하셨고요. 이것이 세계평화를 위해 김 전 대통령께서 기여한 부분인데 주제가 좀 달라질 테니까 이건 마지막으로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김대중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영원히 자랑스러운 브랜드입니다. DJ 대통령을 빼놓으면 우리나라 대통령에 해외에 나가서 세계적 정치지도자 반열에 드는 인물이 또 누가 있습니까?

- 공 : 제가 알기로는 이명박 대통령 미국에 갔을 때 미국 유수의 언론에는 한 번도 보도가 안 됐을 겁니다.

= 한 :김대중 대통령은 어떤 대접을 받았느냐? 한국의 대통령이긴 하지만, 그에 앞서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서 싸운 투사이기도 합니다. 소련의 사하로프 박사나 남아프리카의 만델라, 폴란드의 바웬사,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필리핀의 아키노, 달라이라마 같은 사람들과 동일하게 평가받았습니다. 노벨 평화상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에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지 예외 없이 정중한 예우와 존경을 받았습니다. 프랑스 대통령, 독일 총리, 심지어 클린턴 미국 대통령까지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전폭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할 테니까 한국정부의 소신대로 나아가라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국제적 브랜드를 가진, 정치인으로서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지도자는 우리나라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이었습니다.

남북문제를 다루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분리시켰어요. 미국과 합의하기를, 핵문제는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갈루치와 북한의 김계관이 제네바 협상을 진행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때 협상으로 합의한 것이 것이 북핵의 동결이었습니다. 북한이 당시까지 발전시켰던 핵능력을 94년 상태로 동결시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얼 하느냐? 전기가 부족해서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북한에다가 경수로를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부시가 나와서 클린턴 때 잘 나 나가던 협상을 파기했습니다. 부시가 왜 그랬냐면 내심으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데 중국을 견제한다는 말을 차마 밖으로 할 수가 없으니까 북한의 핵을 구실 삼아서 소위 미사일방어체제를 만들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북한을 활용한 거지요. 결과적으로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 지어주기로 한 약속까지 아무런 이유 없이 못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보수진영에서는 북한에 그 많은 돈을 들여서 경수로를 지어줄 필요가 없다고 불평했는데 그거 바보 같은 소리입니다. 경수로 공사에 투입된 북한 인부들이 노임은 우리가 주지만, 거시서 필요한 자재는 전부 한국에서 구매해간 것들입니다. 결국에 돈벌이는 북한 사람들이 아니라 남한 사람이 하는 거였습니다.

- 공 : 그렇습니다. 사실은 우리나라가 벌어온 게 더 많았습니다.

= 한 : 우리나라 돈벌이 시켜준 거지요. 그게 그만 미국의 압력 때문에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험하고 핵 능력을 더 발전시키면 시킬수록 미국은 그걸 구실로 MD(미사일 방어체제)를 더 발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면을 모두 다 꿰뚫어보면서 지혜롭개 외교를 해나갔기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이 현명하다는 것입니다. 비록 우리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핵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해결하라는 기조였습니다. 우리는 남북한의 교류협력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매진하겠다는 거였죠. 그래서 성공했잖아요. 우리가 설사 북한처럼 핵무기를 가지게 된다고 해도 우리는 북한이라는 상대를 좌지우지할 만한 입장이 될 수가 없습니다. 왜냐? 북한은 우리가 미국과 혈맹관계를 유지하듯이 겉으로는 중국과 밀착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와중에서도 자기의 자존심만큼은 철저하게 지키려고 하는 체제입니다. 그럼에도 남한과 마침내 관계를 개선하기로 작정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북한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항상 협의하고, 미국정부에 늘 사후통보를 해서 한미관계를 더욱 확고한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그러한 틀들을 그대로 답습한다고 해놓고서는 핵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는 바람에 김대중 대통령이 구축한 남북관계 발전의 토대를 더 이상 확대ㆍ심화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말미암아 남북관계가 완전히 중단상태가 돼버렸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경직된 대북정책의 기조에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지금 북한은 대남전략에 있어서 자신들이 페이스대로 이끌고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이 이렇게 버티다 보면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미국 행정부가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더 시달릴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북한이 한국을 배제하고서 협상을 진행하게 되면 나중에는 한국정부만 ‘닭 쫓던 개’ 꼴이 됩니다. 그래서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부터 차츰차츰 말을 바꾸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는 거라고 나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흘리고 있다는 거예요. 국내정치에서도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무조건 등원한다는 식으로 극적인 타협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의 동포들이 굶어죽고 있으니, 이렇게 남북이 서로 기세싸움을 벌이며 버티다가는 북한동포가 전부 아사하겠으니 일단은 북한 동포부터 살려놓고 보자는 식으로 나아가야합니다. 북한 밉다고 금강산 관광도 무한정 중단시키다간 북한이 우리 남한 기업들까지 손해를 막심하게 볼 테니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관계 복원에 나서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남북관계는 전시체제의 연장입니다. 전쟁하는 데는 진실 규명하고, 사과하고 이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니까 우리도 할 수 없이 미국 뒤를 뒤에서 쫓아간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정상회담하자.”라든지, “우리 동포 죽어가는데 우리가 살려주겠다.”고 말하면서 “다시는 그런 짓 안하겠다는 확신을 줘라! 그러면 우리도 금강산 관광 재개하겠다.”고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가야 합니다.

DJ가 김종필을 버리고 임동원을 선택한 까닭은

- 김 : 대표님. 기왕에 이명박 대통령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정권 말까지 어떤 노정이 예상되십니까? 지금의 MB 정부는 워낙 바뀌지도 않고, 생각이 창의적이지도 않고, 자신의 기존 생각의 틀 안에서 계속 자기 갈 길을 가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불행한 정권의 말기를 맞이하게 될 것 같은데요.

= 한 :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지금 기준으로 1년 6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내년 국회의원 공천이 끝나면 선거결과에 따라서 레임덕이 엄청 가속화될 겁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칼자루는 현직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남북문제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일할 시간이 짧지는 않다고 봅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10년 동안 이어져온 남북대화의 체제를 유지ㆍ복원하기를 바랍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무위원들의 수명이 깁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임기를 1년 넘기는 사람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몇 년씩 넘기기 일쑤입니다. 소신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남북문제 같은 경우에는 통일부 장관이 더욱 전향적으로 임해서 난국을 헤쳐 가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 공 : 그런데 지금(2010년 8월 15일 기준)은 과거에 통일부 없애자고 주장했던 분이 통일부 장관을 하고 있습니다.

= 한 : 없애자고 주장했던 것을 탓하지 말고, 지금 잘하게끔 독려해야지요. 주인이 일꾼을 부릴 때는 무조건 나쁘다고 나무라기 앞서서, 달래서 잘하도록 하는 게 기술입니다.

- 공 : 김대중 대통령은 각료들을 어떻게 다루셨나요?

= 한 : 각료를 안 해 봤으니 나는 모르지. (웃음) 전폭적인 신임을 줘야 각료들이 충성스럽게 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김대중 대통령이 각료를 임명했던 건 사실입니다. 나는 두 가지 예에서 그것을 느꼈습니다. 하나는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때였습니다.

- 공 : 그걸로 DJP연합이 결렬되었습니다.

= 한 : 제가 그때 청와대 관저에서 대통령과 단둘이 그와 관련된 얘기를 나눴는데 대통령께서 임동원 장관 때문에 이제는 자민련과 더는 공조를 계속할 수가 없다고 하시기에 나는 우리가 집권한 것은 자민련과 공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 임동원 장관 한 사람 때문에 자민련과의 공조를 깨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대통령께서는 한 총무 말도 옳지만 공동정권인 자민련이 총선을 앞두고서 이렇게 우리 뒤통수를 치다가는 다른 더 큰 일이 생길지도 모르기에 국민과 직접 대화를 해야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때서 저는 대통령의 소신에 수긍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김태정 법무부 장관 때문에 또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불어 닥쳤습니다.

- 공 : 옷로비 사건 관련해서 국회에서 앙 선생님 신상 털기 하던.

= 한 : 그때는 대통령께서 김태정 전 검찰총장을 법무부에 장관으로 임명하고서 대통령께서 러시아인가 몽골인가를 방문하러 출국하신 상황이었습니다. 내가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한테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 실장님이 대통령님한테 건의해 김태정 장관을 자진사퇴 시킵시다. 이거 너무 떠들어서 안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 말씀을 대통령께 드리기가 영 곤란하다면 한화갑이가 그런다고 대통령께 말씀드려주십시오.” 그래서 김중권 비서실장이 자기 의견이 아니라 한화갑 총무가 주장이라고 대통령께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내가 그걸 어떻게 들었느냐면 그때 청와대 대변인이 지금의 박준영 전남지사였습니다. 박 대변인이 나중에 나한테 그러더라고. “형님, 그 말 나도 들었는데, 대통령이 그러십디다. 그렇게 쉽게 해임시키면 누가 충성하고 열심히 일하겠느냐.”고. 신문사 사장으로서는 매일신문의 장명국 사장이 (해외순방을) 같이 갔었는데 장 사장도 박준영 대변인과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대통령께서 귀국하신 다음에 우리가 청와대에 들어가게 됐는데 우리 차로 청와대 들어가면 누구 차가 들어간다는 걸 대통령께서 아실 테니까 비서들 시켜서 세종문화회관에 우리들 자동차는 놔두고 청와대 차로 청와대 관저로 들어갔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그때 권노갑, 김옥두, 설훈, 정동채, 남궁진, 그리고 나 이렇게 몇 사람이 갔습니다. 갔더니 대통령께서 그러시는 거였습니다. “이 중에는 나더러 김태정 장관을 자 진해임 시키란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임하면 누가 충성하고 열심히 일하겠느냐?”고. 그러니 한번 임명했으면 일하도록 밀어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거였습니다. 그러자 옆에서 누구라고 지목은 안 하겠습니다. (웃음) “당연히 그러셔야 합니다. 그렇게 한 사람도 있지만.”이라는 거야. 그러나 며칠 못 가고 결국은 자진사퇴를 시켰지.

- 공 : 그때 손숙 환경부 장관에서 김태정 법무부 장관과 동반 경질되지 않았나요?

= 한 : 손숙 씨도 그때 갔었던가?

- 공 : 러시아 공연 중에 기업인들로부터 격려금 받았던 게 문제가 됐을 겁니다.

= 한 : 같이 갔던 연극 단원들한테 회식이라도 하라고 준 돈이지, 손 숙씨한테 준 건 아니었습니다. 좌우간 그런 경험이 있어요. DJ 대통령도 자기와 일하는 사람한테는 끝까지 신임을 주려고 노력한 건 사실입니다.(계속 이어짐)

출처:수복(본 대담 전문은 유료이므로 무단전재 퍼가기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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