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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소주 서북미 상륙...내가... 내가 보수 우파였다!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6/29 [11:14]

진로 소주 서북미 상륙...내가... 내가 보수 우파였다!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0/06/29 [11:14]

진로가 돌아왔다구요?


진로가 돌아왔다구요?

기사를 읽는 순간 풋, 웃음이 나왔습니다. 제가 한국을 떠난 1990년, 소주는 알코올 도수 25%, 그리고 당시 소매점에선 소주를 병당 350원에 팔았지요. 음식점에 가면 고급 음식점에선 천원 정도? 그리고 보통 대중음식점에선 7백원에서 8백원을 받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 진로의 아릿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건, 그 술을 마시고 취할 기회가 많았다는 이야기겠지요. 아무튼 많이 마시면 골이 깨지고 내가 뭘 먹었나 확인해야 했던 그 시절, 진로는 우리에게 짧은 시간에 확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내가 뭘 했는지를 잊어먹게 만들었고, 내 소지품이 어디로 갔나 확인하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나와 함께 웃었던, 그리고 함께 눈물흘렸던 이들을 묶어주는 매개체임엔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그 진로가... 알코올 16.9% 로 온다는데 이게 돌아온건가? 그런 의문을 갖게 되더군요.

진로 뿐 아니라 소주회사가 알콜 도수를 낮추는 건 무엇보다 음주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지요. 예전 25%일때는 주로 남성들이 찾았지만, 도수를 낮추면서 소주 애호 여성들이 늘은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두 번째는 주정의 양을 낮춰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인것도 있지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소주는 고구마에서 전분을 얻어 그것을 발효시키고, 여기서 만들어진 막걸리 비슷한 술을 증류시켜 주정을 얻었었습니다. 원래 전통 소주는 쌀이나 다른 곡물로 빚어 밑술을 만들고, 이것을 소주고리를 걸고 끓여내 알콜을 얻는 방식, 그러니까 '단식 증류'의 방식을 쓰는 것이지요. 그래서 안동소주나 다른 우리의 전통 증류주에선 곡물의 향이 살아 있는 거지요. 우리 작물도 아닌 타피오카라는 식물에서 얻어낸 밑술을 연속증류해 얻어낸 주정에 '물타기'를 해서 도수를 낮추고, 그렇게 해서 생기는 역함을 감추기 위해 감미료를 섞어야 하는 게 우리네 '희석식 소주'인 거지요.

물론 양주라고 희석을 안 하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증류주들은 알코올 40%를 맞추기 위해 물타기를 합니다. 보드카도, 위스키도, 브랜디도... 사실 알코올 40% 정도가 되면 술이 영구적으로 변질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여기도 양을 늘리기 위해서 그러는 것도 없진 않습니다. 그러나 소주가 제가 알고 있던 도수인 25%에서 이번에 서북미에서도 출시된 새로운 '진로 이즈 백'의 도수인 16.5%로 맞추게 되면 출시할 수 있는 소주 양 자체가 꽤 늘게 되는 거지요. 그런데, 요즘은 와인도 그 정도 알코올을 지닌 것들이 순수한 양조만으로도 나올 수 있지요.

아무튼 소주는 좀 소주다와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증류주가 지녀야 마땅할(?) 짜릿함과 발효주가 지녀야 할 부드러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걸 보면... 저는 술을 친구들과 마시던 걸 기억하고 좋아하는 보수 우파(友派)인가 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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