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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천국 미국...SF 영화같은 일이 현실이 된 세상에서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6/29 [11:26]

코로나 천국 미국...SF 영화같은 일이 현실이 된 세상에서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0/06/29 [11:26]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있고 결국 당신은 가장 취약한 사람을 감염시킬 것이다. 전염병 발병을 정말로 종식시키려면 우리 자신이 방역 과정의 일부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미국 질병 알러지 센터의 앤서니 파우치 박사의 말입니다. 미국이 연일 하루 확진자 4만명을 넘어서며 오히려 지난 4월 26일 일일감염자 최대수치였던 4월 24일의 39,116 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그것도 며칠을 연속으로. 그 때문에 미국의 코로나 감염자 수는 28일 오전 현재 256만명을 넘었습니다. 특히 노인 인구가 많은 플로리다에서 하루 1만건에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함으로서 수치를 확 올려 버렸습니다.

잠깐 수치를 들여다보니 미국의 확진자는 보고된 것만 260만에 가깝고, 사망자는 거의 13만에 이르렀습니다. 보고되지 않은 수치들을 감안할 때, 미국의 확진자 수는 아마 3백만을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도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통제를 적극적으로 못 하는 건 경제 때문입니다. 정치도 여기에 한 몫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재선을 꿈꾸고 있는 트럼프는 경제 문제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는 판단 하에 코로나 때문에 멈춰 있던 경제를 돌린다며 각 주에 전면적인 비즈니스 재 오픈을 촉구했고, 또 주민들의 반발에 못 이긴 주정부들도 컨트롤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비즈니스 리오픈을 허용한데다 미니아폴리스 경찰의 조지 플로이드 살해로 인해 촉발된 흑인 인권 관련 시위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풀리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미국에서의 바이러스 재창궐 확산은 '확실한' 현실이 된 겁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류의 삶의 방식을 바꾼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을 갑자기 자의가 아닌 어떤 외부적 이유로 바꾼다는 것은 늘 저항을 불러올 수 밖에 없지요. 그렇지만, 지금의 이 상황은 인간이 겨우 지난 몇백년간,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산업혁명 이후로, 화석연료를 우리 삶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가능해졌던 탓에 만들어진 삶의 행태가 '지구라는 별의 지속 양태'를 바꿔 온 것에 대한 지구의 반발일 수 있는 겁니다.


인간이 어쩌면 더 겸허해져야 하는데, 우리는 겨우 우리의 짧은 백년도 안 되는 수명 주기에 우리의 삶을 가장 윤택한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갑작스레 우리에게 강제된 익숙한 것에 대한 결별에 대해 저항하고 있는 거지요.

텍사스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으려면 차에 탄 채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에 대한 결별, 그리고 알고 보면 우리가 익숙해진 그것들이 바로 지금 세계적 '재창궐'의 단초가 되고 있다는 사실들에 대해.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원래 일요일 이 시간이면 성당 미사 시간에 늦지 않도록 분주해야 했던 시간이지요.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바로 그런 틈들을 노린 듯 창궐합니다.


한국에서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나오는 것이나, 아니면 물류센터나 항만 같은 곳에서 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건 마치 우리가 지금 익숙해진 것들이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이 별을 가장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란 사실을 우리에게 경고하는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이제 대량생산과 대량유통을 진리로 믿어야 하는 시대가 지났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다시는 과거처럼 다닥다닥 붙어 앉아 종교행사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식당과 광장에서 버글버글 모여앉아 큰 소리로 떠들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가 막힙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지구라는 별에 해 온 짓거리들을 생각한다면 그게 얼마나 더 지구로서는 기가 막힌 일이었을까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젠 한 국가 단위의 생존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함께 생각해봐야 하는, 정말 SF 영화에서나 소재로 삼았을 법한 일이 실제가 된 세상이니.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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