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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첫날, 변하는 세상 안에서 변하지 않아야 하는 가치를 되새기며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7/02 [23:36]

7월의 첫날, 변하는 세상 안에서 변하지 않아야 하는 가치를 되새기며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0/07/02 [23:36]

7월의 첫날, 유라이어 힙 Uriah Heep 의 '줄라이 모닝'을 두어 번 쯤 들으며 출근했습니다. 세월이 흘렀어도 7월이 되면 꼭 들어야 하는 명곡 쯤으로 제겐 각인되어 있는 곡이기도 하고. 7월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선선한 날씨. 하늘은 약간 흐리고, 기온은 섭씨 16도 정도. 오후 한 시 반이 됐지만 겨우 이런 기온 때문에 선선함은 쌀쌀함으로까지 느껴지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기엔 딱 좋은 날씨입니다.

하늘에 지금까지 방송 헬기들이 날아다녔습니다. 시애틀 동부 경찰국 건물을 점거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관련한 시위대가 오늘 강제 해산됐습니다. 시애틀 시장이 강제 해산 명령을 내렸었고, 그동안 시애틀 동부 경찰서 인근 '해방구'에서는 몇 건의 총격 사건이 내부에서 일어났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총격 및 폭력사태가 그 안에서 일어나는가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제니 더컨 시애틀 시장은 그동안 시위대에 사실 어느정도 우호적인 모습도 보였었지만, 이 지역 비즈니스 업주들의 요구에 무릎을 꿇었고, 사회주의자인 시애틀의 사마 사완트 시의원에 대한 징계 요청을 시 의회에 내렸습니다. 사완트 시의원은 시애틀 시민들의 시간당 15달러 최저임금제를 관철시켰던 이였지요. 시위 과정에서 사완트 시의원은 시위대를 계속해 선동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요.

결국 20일만에 이렇게 한 사회를 엎어버릴만 했던 시위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된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번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7월 초순 3단계 오픈을 하려 했던 뉴욕 같은 대도시도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결국 이 계획을 미뤘습니다. 뒤로 돌아갈수도, 앞으로 나아갈수도 없는 이 모든 상황들이 지금 미국이 겪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을 걱정하며 우편배달을 하고 있는 제게 주민 한 분이 다가오더니 카드를 한 장 건넵니다. 장문의 편지 안에 지금 내가 그들에게 해 주는 일에 대해 감사하는 말이 빼곡하게 손글씨로 적혀 있습니다. 가슴이 뭉클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아름다운 것들을 지켜냄으로서 새로 올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올해의 절반이 흘러가고 새 절반을 맞는 날,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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