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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방역의 주체가 될 때다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8/16 [23:02]

우리 모두 방역의 주체가 될 때다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0/08/16 [23:02]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서울과 경기 지역 신규 환자 수가 100명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발생 후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다시 한번 이번 위기를 이겨내리라 믿는다”면서 서울·경기 주민들의 행사와 모임 취소, 타 시·도 이동 금지 등을 권고했다


이제 신앙 생활도 특정한 공간이 아닌, 자기 집에서 앉아서 해야 하는 시대가 확실히 도래한 것 같습니다. 대규모 옥외 집회는 물론, 교회나 성당, 사찰 같은 곳의 소규모 그룹들도 바이러스 확산의 공간이 된다는 것이 분명해졌으니. 이제 21세기의 종교생활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이미 많은 면에서 20세기까지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왔던 것들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건 피해갈 수 없는 길이긴 하지만.

애초에 신천지로 인한 확산 때부터 이런 이야기들은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렇게 충실히 모인다는 그들을 도와주지 않고 벌하셨던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종교 시설에서의 발화로 인해 그것이 큰 불이 되어 버리는 이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분명합니다. 즉, 20세기까지의 예배 방식을 고수하려 한다면 그것은 이제 우리 사회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는 이 바이러스의 창궐만을 도울 뿐이니.

아마 예배의 방식이 바뀌어야겠지요. 과거에 페스트가 창궐하며 교회가 누리고 있던 절대적 권위가 붕괴돼 버리고 중세의 가톨릭 교회가 결국 종부성사를 하지 못할 때 '대세'를 줄 수 있도록 변화하고 그 붕괴된 권위의 폐허 위에서 르네상스의 꽃이 피었던 것처럼, 21세기의 전반부를 규정짓게 될 이 새로운 바이러스는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던 수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계기가 된 건 분명합니다.

아무튼, 지금은 모든 대면 접촉 예배 행위를 강제로라도 중단시켜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적지 않은 문명들이 사라진 것은 전염병이 원인이 됐던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스페인의 침략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문명이 사라진 것은, 그것은 스페인 인들이 가지고 온 총기라는 신문물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그들이 가지고 왔던 전염병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마야나 잉카, 아즈텍 같은 고대 문명은, 그 문명을 누리고 있던 이들에게 전염병이 퍼지며 그들이 이뤄 놓은 문명을 스스로 떠나감으로서 폐허가 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거지요.

아메리카 인디언의 전멸에 가까운 타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지어 이때 백인들은 천연두나 결핵에 걸렸던 이의 담요를 인디언 부족에게 건네줘 그들 사이에 그 병이 퍼지도록 하는 원시적 세균전을 벌이기까지도 했지요. 우리가 살아왔던 모든 시대에서 전염병은 수많은 왕조를 무너뜨렸고, 경제를 작살냈고, 문화가 사라지도록 해 왔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지금 하루에 6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한 방역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권고에 따르고, 더 큰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모두 방역의 주체가 돼야 하는 상황입니다.

우리 모두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해야 할 것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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