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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이리도 신속하게 정정보도를 내다니, 역시 손해배상 청구라는 매가 약인가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8/30 [22:51]

조선일보가 이리도 신속하게 정정보도를 내다니, 역시 손해배상 청구라는 매가 약인가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0/08/30 [22:51]





어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소파에 누워 있는데 아내가 베개를 받쳐 준 것까진 기억납니다. 그러다가 이 세상과의 단절. 왜 그랬는지는 잘 압니다. 다시 일 끝나고 운동을 시작했고, 판데믹 이후 거의 반 년을 운동을 빼먹었던 몸이 조금씩 다시 그 전의 상태로 돌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일인 거지요.

아직 고양이들도 졸고 있는 새벽에 눈이 번쩍 뜨입니다. 어깨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누운 상태에서 발끝을 내 몸쪽으로 당겨 봅니다. 무슨 꿈인가를 꾸었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천천히 몸을 움직이다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버릇처럼 컴퓨터 앞으로 직행.

밤새 들어온 뉴스들을 읽습니다. 예상대로 이낙연 대표 압승. 그렇지만 60%가 넘는 수치가 나온 건 아마 대세론도 대세론이지만, 도전자였던 김부겸 후보나 박주민 후보가 대중 앞에서 제대로 자기 뜻을 펼쳐 보이지 못한 것에서도 기인할 터입니다. 결국 과거의 전통적인 방식의 세몰이나 대중연설 없이 온라인으로만 해야 했던 민주당 당대표 경선은 기대했던 것 만큼의 밴드왜건 효과를 불러오지 못할 것 같아 조금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일단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그 지지율의 기대만큼 잘 해 낼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무튼, 그밖에 다른 뉴스들을 흝어 보다가 재밌는 뉴스를 하나 읽어보게 됩니다. 어제 저녁 한국에 있는 벗님과의 통화 과정에서 알게 된 건데,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세브란스 병원에 가서 인턴쉽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 기사 게제 시점이 참 악의적이란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에 대해 조국 교수가 허위기사라는 점을 지적하며 그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페이스북에 대응을 했고, 그러다가 조선일보가 그 기사를 내렸고, 참 전광석화같이 사과라는 대응을 했다는 거지요.

조선일보의 오보에 대한 사과는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 그들의 손에 의해(?) 숨진 북한의 주요 인사들, 예를 들어 현송월 같은 이가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때 부활해(?) 한국에 건재를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조선일보가 그 오보를 인정한 것은 7년이란 세월이 지나서였습니다. 창간 백주년 때 대표적인 오보를 알리며 이 사건을 살짝 끼워 넣은 것이지요. 이들이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그 조선이 오보를 낸 지 몇 시간 만에 기사를 내리고 판에서 빼고 심지어는 사과까지 하는 모습을 보인 건 왜일까요? 이 오보 정정 기사 때문에 조선일보 웹사이트를 들여다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이 볼만하더군요. 몇 개 되진 않지만, 그중 "다른 조민 기사와 달리 댓글이 없구나 ㅋㅋㅋ..." 라는 댓글에 빵 터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댓글들엔 답이 있었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아마 조국 장관이 자신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따박따박' 오보에 대해 손배소를 청구하고, 그것도 기사를 쓴 개인들에게 이렇게 제대로 '따박따박' 대응하지 않았다면 조선일보는 절대 지면으로 사과하지 않았을 겁니다. 말인즉슨, 저들의 치사함에 맞게 우리도 대응해야 한다는 겁니다.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한 양아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대한민국 언론과 대응해 언론개혁을 이뤄내려면 결국 힘 가진 자가 칼을 빼드는 것이 지금은 유일한 해결책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낙연 신임 대표가 언론에 대해 제대로 된 칼을 빼어들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역시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고, 그 회사가 어떻게 돌아갔는지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언론은 대부분 스스로 매를 벌고 있지요. 그러나 그런 언론에게 제대로 회초리를 가한 예는 별로 없습니다. 과거 언론소비자 주권운동, 즉 광고주 불매 운동이 수구 매국 언론세력을 쫄게 만든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의 '주류'언론들에게 제대로 된 대응은 그들로 하여금 힘에 쫄게 만들고, 무엇보다 '돈을 토해내도록' 만드는 겁니다.

언론의 틀이 완전히 바뀐 21세기에도 저들의 준동을 아직까지 지켜봐야 하는 우리가 참 불쌍하지 않습니까? 우리 스스로의 자긍심을 위해서도, 대한민국 땅엔 제대로 된 언론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돼야 하며, 그것은 결국 정치를 통해 이뤄지는 겁니다. 그리고 그 정치는 국민들의 요구가 있어야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겠지요.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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