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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연기에 덮인 시애틀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9/10 [00:48]

산불 연기에 덮인 시애틀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0/09/10 [00:48]



워싱턴주 동쪽에 큰 불이 나 삼림과 들판을 태웠고, 그곳에서 발생한 연기가 시애틀 지역을 뿌옇게 덮어 연무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연무가 아니었으면 오늘도 하늘은 푸르렀겠지요.

평소같으면 이런 현상을 보면 그냥 또 생길게 생겼구나 그랬을 겁니다. 거의 매년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한 10년 넘은 것 같습니다. 그 전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임이 분명한, 이런 불이 계속 나면서 산간 마을들은 화마로 인해 고통받고 있고 워싱턴주의 주요 농업 지역들도 이로 인해 타격을 받는 경우가 왕왕 생기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불이 '저절로'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마른 벼락이 떨어져 발화하는 경우도 있고, 바람이 거세지면 풀끼리 비벼지며 발화가 되는 경우도 있는 거지요. 과거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무튼 연중 며칠은 이렇게 나무 타는 냄새를 맡으며, 심하면 그쪽에서 날아온 나무의 재가 밖에 세워 놓은 차에 엷게 덮이는 경우도 있고,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는 이들은 더 고생하게 되지요. 지금이야 누구나 마스크를 쓰고 다니긴 하지만, 뿌연 하늘을 보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고, 이것이 실제로 '광화학 스모그'가 되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기도 합니다.

지난해 호주에서 일어났던 거대한 산불과 지금 워싱턴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들불과 산불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건조화되는 지역이 늘어나며 생기는 일이지요. 그리고 인간이 스스로 이 위험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런 현상은 더 자주, 오랫동안 일어나겠지요. 그리고 여기 뿐 아니라 극지방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으며, 그 아래 갇혀 있던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한 바이러스나 세균들이 다시 생명을 얻고, 이들이 부활해 동물이나 인간에 노출되는 순간 우리는 또다시 엄청난 판데믹의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뿌연 하늘을 보는 것이 참 무섭습니다. 이게 이제 그냥 들불의 흔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멸종하는' 일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인간의 지혜로움을 믿기에 시간이 너무 많이 낭비된 것은 아닌가 무섭기도 합니다. 이래서 정치가 중요한데, 미국의 상황도 참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를 지경이어서, 이래저래 마음이 무겁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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