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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회개하라, 그날이 멀지 않았으니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9/11 [23:01]

언론은 회개하라, 그날이 멀지 않았으니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0/09/11 [23:01]

우연히 포털 앞에 뜬 이 기사를 클릭해 읽었습니다. 정경심 교수 관련 재판에서, 진술이 이렇게 완전히 바뀐 것이야 한두번이 아니지만, 이 기사가 경향신문에 올라온 것을 읽다보니 여러가지 이 신문의 의도들이 느껴진 것이지요. 경향신문은 이런 기사를 마치 제 3자의 관찰인 것처럼 올리기 전에, 먼저 그들이 지금까지 해 왔던 보도에 대한 반성부터 하는 게 우선 아닐까요.

그 신문에 편집국장이 있긴 했던건지. 오히려 한동훈을 편집국장 대리 비슷하게 삼아 검찰발 기사만, 아무런 팩트체크 없이 열심히 냈다가 조국 전 장관이 이런 기사들에 일일이 '따박따박' 대응하겠다고 하자 열심히 기사를 지웠던 자들 중에 당신들은 없었는지 돌이켜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언론의 이같은 뻔뻔한 말바꾸기나 태도바꾸기, 또는 애매한 회피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언론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하지요. 7-80년대엔 군부정권 혹은 그 연장선상의 정권이 있었고, 그들은 권력이었습니다. 그리고 폭력이기도 했지요. 저는 아직도 오홍근 당시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에 대한 정보사 요원들의 식칼테러 사건을 기억합니다. 그때는 정치권력이 가장 무서운 때였지요.

지금 언론은 어떤 권력과 싸워야 하는 겁니까? 촛불로 만들어진 민주정부에 대해 식칼 테러를 가하는 건 지금 언론권력 아닙니까? 그런데 그 언론권력은 누구의 사주를 받고 있는 겁니까? 그건 자본 아닙니까? 삼성으로 대표되는 자본 권력이야말로 지금 언론 자유가 너무나 넘치는 이 시대에 숨어 있는 진짜 권력 아닙니까? 그렇다면 언론이 배알이 제대로 박혀 있다면, 그들이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권력은 삼성을 비롯한 자본권력이란 게 너무나 명백하지 않나요?

요즘 추미애 장관 아들 관련 보도를 보면서도 다시 조국 프레임, 정경심 프레임이 작동하는 것을 봅니다. 그런 식으로 시민들에게 허위 정보를 뉴스인양 뿌리는 것, 그것도 자본이 원하는 것 아니던가요? 그리고 이른바 '조국 사태'는 왜 하필이면 왜 이재용의 불법 증여에 대한 수사가 한참일 때 굳이 일어났을까요? 괜히 궁금하더군요.

이것은 모두 삼성 등 재벌이 주는 광고에 의존해 살아남는 언론의 구조에 기인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에스쁘리를 잃고 기사를 만들어내는 기술자가 되어 버린 '기자'들의 특권층화에도 기인할 것이고. 지금 이 시대는 신문이 과거처럼 지대를 통해 생존할 수 있는 때도 아니고, 방송이 과거같은 일방적 주입을 통한 권력을 지니는 시대도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생산해 내는 뉴스라는 것에 대해, 아직은 그걸 맹신하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실은 거기에 대해 비판하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이들이 과거에 당신들이 그저 '뉴스의 수용자'로만 생각했던 이들입니다.

이런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고, 오래 전의 도식에만 사로잡혀 시민들을 바보 취급한다면 당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천만에요. 적어도 나부터도 당신들의 그 독선과 허위를 지적할 거고, 시민들은 당신들의 뉴스를 외면함으로서 당신들의 발밑을 파 줄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언론 환경과 틀이 되어버린 인터넷 기반의 온갖 미디엄들이 완전히 다른 미디어 환경에서 오히려 당신들을 갖고 놀겠지요.

언론들에게 경고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누구 편에 설 것이며, 누구를 믿고 나아가야 할 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다면 결국 당신들은 파멸에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 갈 겁니다. 당장 종이신문이 앞으로 50년, 아니, 10년 안에 더 이상 존재할 성 싶습니까? 미국 국민들에게 엄청난 신뢰를 쌓고 있는 뉴욕타임즈나 워싱턴 포스트도 지면을 엄청 줄였고 판형도 초라하게 쪼그라든지 오래고,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라는 신문은 이미 온라인으로만 발행된 것이 2009년부터이니 종이신문이 없어진 지 10년이 넘게 된 겁니다.

방송이라고 어디 이 운명을 피해가겠습니까? 지상파의 위력은 아직 상당하지만, 케이블과 인터넷에 의해 잠식당한 당신들의 권력을 언제까지나 쥐고 있을 것 같습니까? 오로지 공정 보도, 그리고 객관적이면서 깊은 탐사 보도 같은 것들이야말로 시민들이 당신들에게 힘을 허락해주는 열쇠가 될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쓸데없는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가는 고비용 구조와 줄어드는 광고는 당신들의 목을 더 옥죄게 되겠지요.

언론은 에스쁘리를 되찾길 바랍니다. "회개하라, 그날이 가까웠다"는 말은 당신들에게 딱 맞는 말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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