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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20대가 겪어야 하는 비극을 만들어냈는가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12/06 [00:09]

누가 20대가 겪어야 하는 비극을 만들어냈는가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0/12/06 [00:09]

 

가장 꿈으로 가득 차야 할 20대 청년들의 자살률이 전 세대중에서 가장 높고 이들을 꿈을 포기한 세대, 즉 꿈포세대로 부르는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는 기성세대들의 잘못이고, 현실정치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크며, 코로나로 인해 촉발되고 강제된 지금의 경제위기가 이들 세대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것도 이 프로그램은 나름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건 이거였습니다. 그래서, 해결책은?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체계입니다. 대학을 나와야만 취업이 된다는 일종의 사회적 낭비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지적받아 마땅합니다. 학벌이라는 체계로 그나마 제한되어 있는 취업의 문을 애초부터 닫아놓고 있는 것 역시 크게 비판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있는 기득권의 카르텔 문제도 짚어야 합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많고, 그들이 지금 신규 채용의 여력이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다시한번 짚어봅시다. 지금 20대가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이 코로나 발발과 확산 이후에 생긴 것인가를. 이 문제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겁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렇게 맹위를 떨치기 이전에도 20대는 이 프로그램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들의 희생자였습니다.

한가지 짚어볼까요. 연애를 포기하고 당연히 그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꿈을 포기했다는 말이 언제부터 나왔습니까? 그 근원은 IMF 사태와 맞물려 있을 겁니다. 우리는 그 때에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것으로 인식해 왔던 평생고용, 당연한 취업 같은 것을 잃어버렸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만들어 밀어 넣기 시작했습니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정규직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두 배 임금을 받는 것이 매우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겁니다. 그것은 한시적인 조치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은 자기들에게 더 큰 이윤을 남겨주는 이 비정규직 제도를 계속해 유지하고자 했고, 그런 기업들의 욕망에 대해 모피아들이 호응했지요.

이런 것들을 깨 부수려 해도 이미 관행이 된 상황에서는 뒤집기 어려운 겁니다. 결국 이 불만들이 모이고 쌓여 촛불 혁명을 일으킨 동력의 큰 포션이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겠지요. 그래서 해결책이 필요한 겁니다. 청년들에게 꿈을 주기는 힘들겠지요. 구조적으로 이를 막고 있는 요소들이 산재하고 있으니. 그렇지만, 이들이 먹고 살게는 해 줘야 할 것 아닙니까.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은 우리에게 거의 그 논의가 금기시돼 왔던 정책 하나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기본소득이라는 거지요. 정부가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가구당 최대 1백만원의 지원(사실은 세금을 돌려준 것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겠습니다만)을 하고, 지자체가 직간접적 지원을 했을 때 나타났던 엄청난 경제적 효과. 그것은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의 미래에도 이 자본주의가 돌아가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보여줬습니다.

어차피 우린 지금 생산가능 인구도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직업도 자동화로 인해 줄어들지만, 이런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있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지금 이렇게 널려 있는 대학들 중에서 앞으로 딱 20년 후에 몇 개나 남아 있을 것 같습니까? 장담하건대 한국에 있는 그 수많은 대학들 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몇몇 되지 않을 겁니다. 이래서 입시 교육만을 강조하는, 거기에 가족들의 가용 자원들을 다 쏟아부어야 하는 교육 체계는 사라져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대학에 등록금을 그리 내야 하는 것도 얼마나 비효율적입니까.

사교육과 대학 교육비로 들어가는 돈으로, 그 집안의 자녀의 미래를 위해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거라도 식구들이 함께 더 먹고 어디 여행이라도 한 번 더 가고(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엔 어렵긴 하겠지만) 하는 것이 모두의 삶을 위해 더 남는 거 아닙니까?

늘 생각해봐도 이건 정치의 영역입니다. 정치가 기존 기득권들의 권력을 더 강화시키는 방법으로 이뤄져 왔다면 이젠 실제적으로 이 체제 자체를 개혁해 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하지만, 지금 정치권엔 어떻게든 청년들을 희생시켜가면서라도 자기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세력이 강고하게 버티고 있고, 그들이 기득권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젊은 사람들의 불만을 확대재생산시켜 그것을 정권 탈취의 도구로 삼고 있고자 하는 것이고, 지금은 언론은 여기에 충실히 복무하고 있는 거지요.

SBS의 저 프로그램은 지금 코로나로 인해 심화된 청년들의 위기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본질을 제대로 짚어내주지 못하거나 피해 감으로써, 지금 이 위기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면이 있습니다.

이 모든 비극의 시발점은 지금의 기득권들과 그들을 대변하고 있는 당 때문이지요. IMF의 뿌리는 대기업들의 방만한 경영,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신한국당이라는, 지금 국민의 힘의 뿌리가 되는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 김영삼이 외친 세계화라는 빛좋은 개살구 때문이었고, 그 결과 외환위기가 벌어지고 경제가 무너졌고, 그때 비정규직을 대량양산한 법률들이 기습 날치기 처리됐으며, 그들이 대변하는 그 세력이 아직도 이 땅에 비정규직이란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세력임을 이 프로그램이 분명히 했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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