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코로나 사태...익숙했던 것들과의 이별을 각오하라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12/12 [00:15]

코로나 사태...익숙했던 것들과의 이별을 각오하라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0/12/12 [00:15]

 

 

우리가 알고 있었던 세상의 변화가 코로나로 인해 더욱 두드러지는 모양새입니다. 한국의 유명한 만화 전문 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뉴스를 읽고서야 코로나 때문에 내가 알고 있었던 '만화방'들이 사라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미 대여소나 대본점 같은 것들이 웹툰의 번성으로 인해 많이 사라졌겠구나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그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들 때문에 명맥은 잇겠다 생각했었는데 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바로 그런 곳들을 노린 듯 찾아가 맹위를 떨치지요.

지난 3월 이후, 제가 사는 워싱턴 주에서 사라진 식당이 2천개가 넘는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워싱턴주 접객업 협회(WHA)에서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시애틀에서만 6백개 이상의 식당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들 중에선 동네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곳도 있었고, 몇십년간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노포들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온갖 불경기며 불황이며 하는 것들을 타고 넘었던 비즈니스들이 코로나 불황엔 쓰러져 버린 겁니다.

어디 식당 뿐이겠습니까. 시애틀 북쪽의 작은 도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제 중학교 선배님은 20년 넘게 운영했던 그 세탁소를 그만둬야 했습니다. 대창궐의 여파로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거나 직장을 잃은 상태에서, 세탁소에 옷을 갖다 맡길 일들이 아예 줄어든 겁니다. 세탁소를 비롯, 편의점이나 식당 등 한인들이 많이 운영하는 비즈니스들 태반이 이 타격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비즈니스의 매각 같은 것도 생각 못하고 있지요. 누가 지금 이런 비즈니스를 매입하려 하겠습니까. 권리금 따위는 당연히 생각도 못 하고, 그냥 날리는 상태들이 된 거지요. 그나마 오래된 비즈니스들은 타격이 덜 하지만, 큰 돈 들여 지난 몇 년 안에 시작한 비즈니스들은 말 그대로 답이 없는 거지요.

코로나 바이러스는 경제 자체에 당연히 피해를 줬지만, 우리가 누리고 있던 생활, 그 속에 녹아 있던 문화 전체에 타격을 가함으로서 기존 질서를 흔들어대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대유행으로 인해 우리 사회를 지탱해 왔던 기존의 질서의 붕괴를 바라보는 세대가 될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걸 굳이 수동적으로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지금껏 우리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어차피 기존의 질서와 체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와중에 무너졌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사는 이들이 같이 살아가려면 특단의 조치,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새롭고 과감한 조치들이 필요한 때입니다. 어려움에 처했던 그렇지 않던, 전국민들에게 보편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그런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기존에 세울 수 있는 정책들의 유효기간은 코로나와 함께 끝나 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디 이번 뿐이겠습니까. 인간이 지금까지 살아 왔던 방식은 언제나 코로나 이상의 재난이 다시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생존의 방식 자체를 새롭게 바꿀 정도의 인식의 전환을 이뤄내야 하고, 그것이 정치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시민 개개인들의 정치 참여, 그리고 인식의 전환이 어느때보다도 요구되는 그런 상황일 겁니다.

시애틀에서...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