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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가톨릭(천주교) 대구 교단 산하 '매일신문'에게 할 말 있다

문홍주 | 기사입력 2021/04/12 [00:05]

[조명] 가톨릭(천주교) 대구 교단 산하 '매일신문'에게 할 말 있다

문홍주 | 입력 : 2021/04/12 [00:05]

  

▲ 조영대 신부는 천주교 성직자이다. 지난 2018년 4월,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 故 조비오 신부를 명예훼손혐의로 전두환을 고소했다. 작년 11월 20일 법원재판부는 전두환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민뉴스=문홍주 기자] 조영대 신부(천주교 광주 교구 담양 대치본당)는 제대로 반성 않고 책임지지 않는 “매일신문에게 할 말이 있다”하며 10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간지 '빛두레' 기고했다. 

 

  △ 3월 18일. 대구 매일신문이 5·18 민주화운동 때 시민을 폭행하던 계엄군에 빗대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만평을 게재. 

 

△ 3월 19일. “5·18 민주화운동을 모욕한 신문사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개시(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3월 20일. 해당 만평 삭제. 

 

△ 3월 21일. 매일신문 “이날 매일희평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조세 정책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강도로 비판한 것. 보도 취지와 다르게 광주시민들의 아픈 생채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고 들춰낸 점이 있다면 사과드린다”는 입장 발표. 

 

△ 3월 22일. 5·18기념재단과 5·18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들이 매일신문의 공식 사과를 요구. 매일신문 만평 관련 국민청원에 오후 3시 현재 2만5183명 서명. 

 

△ 3월 29일. 매일신문 “비판과 질책을 달게 받겠다. 겸허히 수용하겠다. 만평으로 5·18민주화운동의 희생자와 그 유가족, 그리고 부상자 여러분들에게 그날의 상처를 다시 소환하게 만든 점을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 광주시민 여러분들께도 다시 한 번 아픔을 되새기게 한 점에 대해 사과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는 사과문 게재_ 이상 편집자 주 

 

  가톨릭(천주교) 대구 교단이 운영하는 일간지 ‘매일신문’(사장 이상택 신부)이 “이번 사태”(29일자 사과문)를 일으켰다. 문제의 만평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를 각각 광주 시민을 폭행하고 있는 공수부대원으로 묘사했다. 바닥에 웅크린 채 두들겨 맞는 시민에게 “아닌 밤중에 9억 초과 1주택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 조비오 신부는 천주교 성직자로 본명은 조철현이다. 1980년 5. 18 광주 민주화운동시기에 광주시민중이 총탄에 학살되는 것을 목격 후 시민수습위원을 자청했다. 신군부에 의해 체포돼 김대중과 함께 감옥 생활했다. 이후 내란음모핵심동조자로 규정되어 감시받는 생활을 하였다. 시국미사 집전하는 등 독재정권에 정면으로 맞섰다.

 

최근 발표된 아파트와 연립, 다세대주택에 대한 공시지가가 19% 상승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늘어나고 일부 고가와 다주택 보유자들의 세 부담이 커진다. 이중 지역 가입자의 경우 건강보험료도 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런 ‘폭탄’(!)을 맞는 부자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 따져야겠지만 아무리 보유세 인상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이를 군사독재 정권의 학살에 비유한 것은 너무나 끔찍한 “사태”였다.  

 

  깜짝 놀란 시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5·18 민주화운동을 모욕한 신문사 처벌”을 청원하는 등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자 매일신문은 서둘러 해당 만평을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그런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코로나바이러스 2차 유행을 일으킨 문제의 8·15 광복절 집회를 허용한 판사에게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매일신문은 이른바 ‘친문’을 계엄군으로, 판사를 몽둥이에 얻어맞는 광주시민으로 묘사한 바 있다.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마음속에 깊이 뿌리박힌 대구 특유의 왜곡된 역사인식에 과연 얼마나 어떤 변화가 생겼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20. 8. 24.자 매일신문 만평> 

 

  지난 2천년 대희년을 가톨릭(천주교) 교회는 역사적 과오를 참회하는 기회로 삼았다. 로마에서도 한국천주교회 주교단 차원에서도 지난날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시인하고 뉘우쳤다. 

 

하지만 가톨릭(천주교) 대구 교단은 여태껏 그런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한 몸인 교회의 지체로서 형제로서 나는 대구 교단의 처신을 늘 불안하게 바라보며 살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구 시민사회는 새삼 대구 교단의 전력을 문제 삼을지도 모르겠다. 

 

1980년 전두환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당시 매일신문 사장인 전달출 신부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을 지낸 이종흥 신부가 가담했던 일부터 시작해서 그 덕분이었는지 모르나 그들이 국보위에 참여한 뒤 전두환의 언론사 통폐합 때 매일신문이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게 된 사연, 팔공산 골프장이 어째서 천주교회의 소유가 되었는지 그리고 최근 불거졌던 희망원의 비리 등 툭하면 이런 해묵은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불상사를 나는 진심으로 바라지 않는다. 

 

▲ 전두환 형사재판 결심선고에 대한 천주교 광주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입장문 발표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며칠 전 5.18 기념재단이 “그동안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 조롱하고 반인권 반윤리적 만평 등으로 시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에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서 매일신문 이상택 신부의 이사장 직위 박탈과 신문의 상식적인 윤리 실천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을 때, 얼마나 낯 뜨겁고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여러 번 사과문을 읽으며 이만하면 진정이겠지 믿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껏 분노가 가시지 않고 있다. 

 

  제1면에 실어도 모자랄 판에 신문 2면에 보일 듯 말 듯 사과문을 실었다. 그런데 내용이 아쉽다. “사과드립니다. … 많은 분들로부터 … 지적과 질책, 그리고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한 국민청원도 있었다. 5·18기념재단과 5·18 관련 단체에서도 따가운 비판과 호된 질책을 주셨다. 국정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한다지만 … 만평의 소재로 쓰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매일신문은 이런 비판과 질책을 달게 받겠습니다.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겸허한 수용은 천만다행이나 남들의 지적을 피동적으로 나열하기보다 자기 잘못을 적극적으로 뉘우침만 못했다. 그래도 “희생자와 그 유가족, 그리고 부상자 여러분들에게… 아물지 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시는 광주시민 여러분들께도 … 사과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

 

매일신문은 앞으로도 5·18광주민주화운동이 갖는 역사적 무게와 정신을 잊지 않고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아픔도 함께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하였다.

  

  그런데 광주의 아픔과 함께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광주를 불쌍히 여길 필요는 없다. 그럴 마음이 있다면 우리 사회의 대다수 약자들을 위하면 된다. 교회가 유력 일간지라는 매체를 소중하게 여기는 매일신문의 사시가 천명하였듯이 “땀과 사랑으로 겨레의 빛”이 되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데 광주 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하면서 한사코 종부세를 낼 자격이 있는 상위 2% 부자들의 심기를 걱정하며 보유세 인상에 저항하는 것은 교언영색하는 위선이다. 

 

나는 매일신문이 다음과 같은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 묻고 싶다. “그리스도교 전통은 사유 재산권을 절대적이거나 침해할 수 없는 것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재화의 공동 사용 원칙은 윤리적 사회적 질서 전체의 제1원칙이다. 이는 다른 것에 우선하는 자연권이자 타고난 권리이다.” 

 

매일신문의 관점으로 보면 몹시 거슬릴 것이다. 교종 프란치스코의 회칙 ‘모든 형제들’에 나오는 말씀이다(120항). 많이 받았으면서 조금도 내주려하지 않는 ‘슈퍼리치’들의 비위를 맞추는 언론이라면 굳이 교회가 소유할 필요가 없다.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매일신문은 본래면목을 회복하기 바란다. 1955년 9월 14일 매일신문은 사설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 때문에 국가보안법의 공격을 받았고, 4·19 혁명을 유발시킨 2·28 대구 학생의거의 선봉이 되기도 했고, 1963년에는 군정 연장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기도 하였다.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땀과 사랑으로 겨레의 빛이 되리’를 사시社是를 회복하기 바란다. 

 

  “이번 사태”가 잠잠해지거든 매일신문의 사장 신부부터 편집국장, 만평을 그린 작가 등은 아무도 거느리지 말고 광주 5.18공원묘역을 찾아와 조용히 무릎 꿇고 가기를 바란다. 비 내려서 한적한 오후도 좋고 어둠이 내린 한밤중이라도 좋다. 

 

어제의 패착을 내일을 위한 기초로 삼는 데 좋은 일이 될 것이라 믿는다. 덧붙여 변명문 쓰다가 사과문이나 싣는 옹졸한 매일신문 말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를 외치는 예언자의 불호령 같은 매일신문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조비오 신부는 5. 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을 증언했다. 이에 대해 전두환 씨가 자서전에서 조비오 신부를 악마로 비하했다. 이에 조영대 신부가 전두환을 사자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하였다. 이어 3월 11일 광주로 압송되어 재판 받았고 재판결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유죄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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