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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빨간당을 찍어오던 의사들의 '의료대란'

"총선 표계산에서 유불리를 따지며 작전을 낸 모양..타이밍 안맞아"

이주혁 의사 | 기사입력 2024/03/10 [00:03]

늘 빨간당을 찍어오던 의사들의 '의료대란'

"총선 표계산에서 유불리를 따지며 작전을 낸 모양..타이밍 안맞아"

이주혁 의사 | 입력 : 2024/03/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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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빨간 정당이 다음달 선거에서 기록적인 패배를 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의료대란'일 것이라고 본다. 의사 2천명 증원 정책은 첫째 정권 내부를 분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며 둘째, 정부가 이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처음부터 결론이 있었다. 일을 안 하겠다는 애들을 하게 만들 방법은 전무하다. 일 하고 싶다는 애들을 못하게 만드는 건 지금 정부가 하는 방식으로 가능하겠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 그게 정부가 이길 수 없는 이유다. 그러니 빨간 정부는 판을 잘못 짠 것이다. 

 

이 쇼 자체가 '강한 정부, 이기는 정부'를 내세우겠다는 거였는데 전공의들은 적어도 총선때까지는 결코 복귀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결과적으로 강한 정부의 이미지에 중요한 생채기를 낸다. 대화 없이 힘과 무력으로 찍어 눌러서 통치하는 리더쉽의 가장 큰 위기는, 밑에서 반발하는 애들 찍어누르기가 실패했을 때 시작된다. 그걸 보게 되면 너도 나도 여기저기 다 들고 일어나면서 본격적인 멸망으로 가기 때문이다. 역사상 모든 제국이 다 그렇게 해서 망했다. 

 

제국의 몰락은 늘 내부의 분열에서 왔다. 외부에서 온 침략을 못 막아서 망한 게 아니다. 외부의 침략은 오히려 내부를 더 단단히 결속시킨다. 집안 내부가 단단히 결속돼 있으면, 좀처럼 망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부에서 오는 배신과 균열과 변절은, 너무도 허무하게 제국을 허물어뜨린다. 빨간 정당은 언론에서 분칠해주느라 애쓰고 있지만, 이미 여기저기 금이 가 있고 그게 곧 와장창 터져 나갈 일만 남았다고 본다. 

 

의사 집단은 빨간 정부가 맨날 구속시킨다고 협박하고 아무나 잡아서 압수수색하고 고발하고 난리를 치니 그 어느때보다도 단단히 결속돼 있다. 근데 이 집단은 늘 빨간 정당을 찍어오던 사람들이다. 

 

지금껏 빨간 정부는, 나라를 반으로 갈라서 자기편 국민만 국민이고, 반대편 국민은 국민 아니라는 철학으로 통치 행위를 해 왔다. 우리편만 잘 잡고 있으면 된다는 방식으로 일관되게 통치를 해 왔다. 그런데, 선거를 위해서 자기 편 지지층을 적으로 돌린다? 

 

이건 지금껏 붉은 정부를 물심양면 밀고 끌고 해 왔던 사람들로서 생각을 고쳐 하도록 만들 것이다. 의사 집단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고, 이걸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자들은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이 불안감이 멸망의 신호탄이다. "당의 승리를 위해서는 누구라도 기꺼이 희생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지지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다라는 의심을 갖기 때문이다. 

총선이 끝나고 난 다음에 필요에 따라 내부의 잠재적 반대파를 숙청한다든가 그런건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싸움을 앞두고 견고한 자기 지지세력을 날린다는 건 미친 짓이다. 

 

이런 이해 집단 하나가 통째로 날아간다는 건 치명적이다. 의사 면허 소지자 수가 12만 명이 넘는다. 그 사람들 모두가 지금 '2천명 증원'이라는 낱말에 치를 떨고 있다. 일평생 빨간 당만 찍어온 사람들이다. 이들의 부모들, 자녀들, 배우자들, 가까운 친척까지 합해지면 이탈 폭은 훨씬 세진다. 

 

그걸 다 계산한다 해도 이 정치쇼에 호감을 느껴서 지지로 돌아서는 표가 더 많지 않느냐고 얘기들 할 것이다.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의사들 돈 많이 벌고 개폼 잡는 거 적극적으로 싫어하던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빨간당 찍던 사람들이 아니라, 반대쪽 당 찍던 쪽이었다. 파란당 찍던 사람이 저 정책때문에 빨간당을 찍을 일은 결코 없다. 단지 파란쪽 사람들의 결집력에 힘을 뺄 수는 있다. 지금은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한 달 후 상황은 지금과 다르다는 점이다. 지금은 의사 숙청 때려잡기 정책이 잘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게 반짝쇼 효과 정도지, 곧 국민은 피로감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재난이 다가오고 있다. 

 

누군가 방화를 해서 불이 났다. 그런데 정부는 불을 끄려고 하질 않는다. 소방차를 보내서 진화는 않고 저 불 낸 놈들 잡아 족치라고 고래고래 목에 칫대 세우며 협박만 한다. 

 

물론 불 낸 놈이 잘못한 것이 맞다. 그런데 눈 앞에서 활활 타는 불길부터 잡고 나서 이것 저것을 따져야 하는 것 아닌가? 붉은 정부는 지금 사람을 죽일 만큼 크게 날 불을 그냥 놔두고 더 붙으라고 방치한다. 다 타서 누군가 빨리 죽으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방화범들에 책임론만 실컷 떠들며 자기들이 정의롭다고 선전하려 한다. 

 

근데 불이 나서 사람들이 타죽는 집 앞에서 할 일은 지들이 정의롭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니라, 불을 꺼서 사람을 살리는 게 먼저 아닌가? 이게 한 달 후면, 정권 무능론으로  자연스레 연결될 것이다.  

 

언론이 하도 붉은 정당 편을 들어주다 보니 보도를 똑바로 안 하고 있는데, 이미 의료대란은 현실화 되고 있다. 2000년대 의약분업 파업때 전공의들은 자그마치 6개월이 훨씬 넘게 복귀하지 않았었다. 이번 사태에선 전공의들의 이탈은 그때보다도 더 규모가 크며, 이들은 적어도 총선때까지는 결코 복귀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전공의가 없는 대학병원은 전임의와 교수들이 당직을 번갈아 서면서 버텨가고 있지만 이게 오래 갈 수가 없다. 곧 이들도 번아웃될 것이다.

 

붉은 정부는 그래도 유신때 차지철마냥 강공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내는 역사상 초유의 사태에 이르를 것이다. 답은 오로지 하나다. 90%가 넘게 이탈해 있는 전공의들이 진료에 복귀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답이 없고 이 치킨 게임이 끝까지 갈 것이다. 파국을 의미한다. 

 

필수의료, 즉 응급실, 중환자실, 중증환자 진료 이 부분은 국가의 기간 산업망과 비슷하다. 저게 다 멈추는 건 예컨대 대규모 정전이나 대규모 단수랑 비슷하다. 처음에는 여론이 의사들이 잘 못하는 짓이다라는 가치판단에 머물러 있을 것이나, 그런데 계속, 계속 이런 필수의료 공백이 지속된다면 결국 사람들은 정부를 쳐다보게 돼 있다. 뭐라도 정부가 해서 어떻게든 해결하라고 할 것이다. 

 

총선 표계산에서 유불리를 따지며 작전을 낸 모양이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맞질 않는다. 선거는 아직 한 달이 넘게 남아 있고 그 동안에 "불가역적인" 재난이 일어난다. 

 

의대정원 2천명!! 이렇게 떠들면 의사들 집단을 싸대기 날리는 통쾌함을 줄 수 있을 것같다. 문제는 그런 통쾌한 감정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가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불편감부터 토로하게 돼 있다. 정권이 잘하고 있다고 박수치는 건 잠시 잠깐일 뿐, 그 정책때문에 당장 내가 불편해진다면 그때에도 박수쳐 줄 사람은 없다. 

 

지금이라도 총선 쇼는 때려치우고, 전공의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일단 복귀부터 하라고 발표하는 게 순서다. 2천 명이라는 숫자도 수정 가능하다고 하면서 대화하자고 하는 게 맞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빨간정부가 선거에 진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선거는 어차피 진 거, 그냥 사람이라도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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