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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 쓴 홍준표 '도루묵당' 만들건가

‘계파 해체’ 문제와 ‘공천권’을 연결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고하승 칼럼 | 기사입력 2011/07/05 [19:07]

감투 쓴 홍준표 '도루묵당' 만들건가

‘계파 해체’ 문제와 ‘공천권’을 연결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고하승 칼럼 | 입력 : 2011/07/05 [19:07]
▲ 한나라당 홍준표 신임대표(오른쪽)가 4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12차 전당대회에서 당선된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5일 취임 일성으로 당내 계파해체를 위해 당 대표의 공천권한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 홍 대표는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 들러 참배하기 전 최고위원들과 만나 "오늘 최고위원회에서 계파 해체를 결의하자"며 "계파 활동을 하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홍 대표는 전날 대표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천원칙으로 ▲상향식 공천 ▲개혁 공천 ▲이기는 공천 등 3개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불과 하루 만에 돌변,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공천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공천개혁 방안으로 검토해 온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와도 맥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동안 한나라당은 당을 장악한 친이계의 전횡으로 인해 계파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7.4 전당대회를 통해 사실상 친이계는 완전히 몰락하고 말았다.

실제 홍준표 대표와 맞수로 거론되던 유일한 친이계 후보 원희룡 최고위원이 비록 근소한 차지이긴 하지만 4위로 밀려났다는 게 그 반증이다.

반면 당초 지도부 진입정도를 목표로 했던 유승민 후보가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만일 친박 두 번째 표가 홍 대표에게 가지 않고 권영세 후보 등 다른 친박 성향의 후보에게 갔다면 1위와 2위의 순위가 뒤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즉 친이계가 당을 전횡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고, 이제 당내에는 더 이상 친이계가 존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시점에 홍 대표가 ‘계파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친박계 해체’를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것도 "계파 활동을 하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으면서, 노골적으로 계파해체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승민 최고위원이 “동의 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실제 그는 현충원 참배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계파 활동을 하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계파 활동에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계파 갈등을 너무 부추기고, 당 화합을 저해할 경우 그렇게 하겠다면 알겠지만 계파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기준도 없지 않은가”라고 반박했다.

맞는 말이다.

여야 어느 정당이고 계파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를 인위적으로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을 빚게 될 것이다.

사실 특정계파가 당권을 독식하고 계파갈등을 부추기는 게 문제지 계파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따라서 ‘최고위원회의에서 계파해체를 결의하자’는 홍 대표의 제안은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친이-친박 계파를 모두 해체하고, 이번 기회에 새롭게 ‘홍준표계’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을 수 있는 문제다.

특히 ‘계파 해체’ 문제와 ‘공천권’을 연결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마치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엄포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는 공천 문제였다.

18대 총선 당시의 ‘친박 대학살 공천’을 비롯해,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친이계의 입김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나라당 당헌 당규는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홍 대표가 시스템에 의한 공천, 즉 당헌당규가 규정하고 있는 상향식 공천이 아니라 "계파 활동을 하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당을 과거로 되돌리겠다는 말처럼 들려 씁쓸하기 그지없다.

정말 이러다 ‘도루묵 당’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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