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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와 ‘태극기부대’에 휘둘리는 샌드위치 정치

고하승 칼럼 | 기사입력 2019/02/22 [01:20]

‘문파’와 ‘태극기부대’에 휘둘리는 샌드위치 정치

고하승 칼럼 | 입력 : 2019/02/22 [01:20]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성 지지그룹인 ‘문파’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발언 하는 의원을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자유한국당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그룹인 태극기부대의 극성스런 모습이 연일 화제 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여야 모두 극성 지지그룹에 휘둘리는 양극단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를 구하기 위해 올인하는 모양새다. 

실제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주 들어 이틀 연속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유죄 판결의 부당성 비판에 열을 올렸다. 

지난 18일 경남 창원에서 이해찬 당대표가 "현직 도지사를 전격 구속한 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라며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유죄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하더니 19일에는 판결문을 분석하는 기자간담회와 대국민 설명회를 연이어 열었다. 

당내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가 만든 간담회에 발제자로 나온 친여 성향의 법조인들은 "드루킹의 진술에 신빙성이 낮다"며 1심 판결의 부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적폐청산’ 하듯 비난하며 대통령의 최측근 구하기에 나선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삼권분립 대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 의원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괜히 소신 발언했다가 ‘문파’들한테 문자 폭탄 받기 싫어서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올해 들어 세 번의 의원총회가 열렸지만 비공개회의에서 현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사실상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에 충실하고 있는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어떤가?

극성 지지그룹에 휘둘린다는 점에선 민주당과 다를 바 없다.

오죽하면 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전당대회는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됐다”고 한탄했겠는가.

실제 태극기 부대가 대거 책임당원으로 입당해 이번 전대의 표심을 좌우할 정도가 됐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대부분의 당권주자들은 이들의 입맛에 맡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급기야 지난 19일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이 박근혜 전 탄핵이 잘못됐다는 논리까지 내놨다. 20일 TV토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까지 나왔다.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이 상당히 오랜 기간 구금돼 있다.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국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사면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날 탄핵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사면 문제에 있어선 "대법원 판결 절차 전 사면을 거론하는 이르다"면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며 논의를 시작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김진태 의원은 한 술 더 떠 '무죄 석방'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애걸복걸해서 (사면)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권을 퇴진시키든지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면보다 석방이 먼저"라고도 했다. 물론 이들의 주장은 모두 태극기 부대를 의식한 발언일 것이다. 

당에선 정확한 태극기 부대의 당원 숫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소 3만명 정도가 신규 입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태 의원도 출마선언 당시 태극기부대의 입당원서 3만장을 앞에 쌓아놓고 세를 과시한 바 있다. 

지방선거 당시 16만명에 불과했던 당원 수가 32만명으로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태극기부대의 입당은 10만명 선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당권주자들은 그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결국 전당대회가 태극기부대에 휘둘리게 되는 것이다. 

과연 목소리 큰 일부 극단의 정치세력에 끌려 다니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모습이 바람직한 것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침묵’하고 있는 국민의 잘못이 크다. 이제는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 ‘문파’와 ‘태극기부대’에 맞서 ‘국민’이 직접 정당한 목소리를 매고, 극단 세력에 끌려 다니는 민주당과 한국당을 향해선 따끔하게 질책할 필요가 있다. 거대양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대안정당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다.


<고하승:시민일보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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