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컵 축구 8강에서 우승 후보인 일본이 이란에게 2대1로 역전패해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일본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일본 축구의 목표는 세계1위다”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월드컵과 차이가 난 아시안컵에서도 8강에서 탈락해놓고 목표가 세계1위라니 그 말을 들은 일본 국민들 마음은 어떠했을지 가히 짐작이 간다. 이 경우, 비록 빈말이라도 “모든 것은 제 탓입니다. 앞으로 준비를 더 잘해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겠습니다”라고 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런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과 한국의 한동훈은 여러 모로 닮은 점이 있다.
(1) 근거 없는 자신감
두 사람의 공통점은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비록 아시아 축구의 강자라고 해도 감독은 늘 겸손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항상 지나친 자신감에 차있었고, 한국 축구를 무시하였다. 심지어 일본 팀이 골을 먹어도 태연한 척 미소를 머금기도 했다.
이 점은 한동훈과 매우 닮았다. 한동훈은 국힘당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보수층에서 일부 오른 자신의 지지율이 마치 총선 지지율인 것처럼 착각한 것이다. 한동훈은 윤석열 정권의 국정 지지율이 내려가도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것은 총선을 자신의 인기로 치르겠다는 뜻인데, 그 인기도 보수층에 한정되어 있을 뿐, 중도층은 한동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한 결과는 각종 여론조사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한국 갤럽 2월 첫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40대의 국정 지지율은 10%대다. 그런데도 수구 언론들은 한동훈이 이 세대에서 인기가 높다고 호도했다. (자세한 것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 허황된 전략과 전술
축구도 마찬가지지만 정치도 그때그때 전략과 전술을 달리해야 한다. 하지만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은 체격이 좋은 이란 선수들과 대결하면서도 평소 유지했던 ‘잔패스’로 승부를 보려했다. 하지만 이란 선수들이 힘으로 밀어붙이자 일본 선수들은 맥을 추지 못했다.
이것은 마치 한동훈이 총선 전략으로 운동권 청산을 들고 나선 것과 흡사하다. 선거는 그대그때 시대를 관통하는 소위 ‘시대정신’이란 게 있는데, 운동권 청산이 과연 시대정신이 될 수 있을까? 한동훈이 엉뚱하게 운동권 청산을 들고 나온 것은 민주당이 들고 나온 검찰독재 타도에 대한 대응인데, 한동훈의 논리인즉 민주당 운동권 출신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특권을 누릴 때 자신은 그들을 처벌하는 검사였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료들이 군부독재와 싸울 때 도서관에서 사법고시를 공부해 검사가 되고 온갖 권력을 누린 한동훈이 운동권을 청산하자고 주장할 자격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이 땅의 민주화에 벽돌 한 장 안 올린 자가 독재 정권에 항거해 싸운 운동권을 비판하는 것은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를 비난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일본팀의 잔패스 전략이 안 통했듯 한동훈의 시대에 뒤떨어진 ‘잔대가리’ 전략은 오히려 총선 참패만 불러오게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 누가 운동권이 나라를 망쳤다고 인정할까? 오히려 나라를 망친 세력은 검찰독재 세력이다. IMF도 그들이 일으켰고, 국정농단도 그들이 일으켜 탄핵되어 놓고 무슨 운동권 타령인지 기가 막힌다.
(3) 인기에 의존, 위기에도 의연한 척 쇼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과 한동훈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인기에 연연해 패선에 신경 쓰고 위기에도 의연한 척 쇼를 한다는 점이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은 시합 중에도 늘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일본이 골을 먹어도 태연한 척 쇼를 했다.
한동훈 역시 양복, 넥타이, 구두 등 패션에 신경 쓰고 인기에 ‘뽕’을 맞았는지 지방에 내려가 기차 시간까지 어겨가며 사인 공세를 폈다. 자신이 집권여당의 대표인지 연예인인지 구별하지 못한 것이다. 한동훈의 이런 자기정치를 지켜보던 용와대가 마리 앙투아네트 사건을 빌미로 한동훈 사퇴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건 마치 구단주가 감독을 해고한 것과 같다.
(4) 외부 환경 탓
이란에 충격적인 패배를 한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은 패배의 원인으로 중동의 자연 환경 탓, 편파적인 심판 탓, 일방적인 응원 탓을 했는데, 그럼 한국은 왜 그런 조건 속에서도 이겼을까? 하지메 감독이 이처럼 패한 이유를 내부에서 찾지 않고 외부에서 찾는 것은, 한동훈이 걸핏하면 전 정부 탓, 민주당 탓을 하는 것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한동훈에게 묻자. 경제가 파탄 난 것도 운동권 탓인가? 김건희가 주가를 조작하고 명품을 수수하고,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휘어진 것도 운동권 탓인가? 중국과 러시아가 돌아서 무역보복을 한 것도 운동권 탓인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고, 해병대 수사에 개입한 것도 운동권 때문인가?
총선도 체력이 필요하니 운동이나 잘 하라
만약 4월 총선에서 국힘당이 참패하면 한동훈은 자신은 최선을 다했지만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낮은 국정 지지율 때문에 졌다고 변명할 것이다. 갈등하는 척해놓고 하루만에 화재 현장으로 내려가 90도 폴더 절을 한 한동훈은 국힘당의 구세주가 아니라 자살골이 될 것이다.
그나저나 기시다 일본 총리가 축구 결과에 실의에 잠겨 있을 텐데 위로 전화라도 했는지 모르겠다. 윤석열의 말마따나 ‘일본은 정신적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인데 말이다. 혹시 일본이 독도 때문에 졌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한국의 운동권 출신 때문에 졌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럼 운동을 더 열심히 하라. 같은 운동권이 아닌가. 아니면 심판에게 명품이라도 선물하라. 그런 건 잘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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