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숨진 故 이영승 교사 생전 모습. MBC 보도화면 갈무리

경기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의 고 이영승 교사에게 과거 지속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며 매월 치료비까지 떼간 학부모가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서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서울의 한 지역 단위 농협 부지점장이었다.

22일 농협에 따르면 '페트병 사건' 민원 당사자로 알려진 학부모 A씨는 지난 19일자로 대기발령 및 직권 정지 조치됐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지역단위 농협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해 대책 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지금 조사 중이며, 수사 결과에 따라서 징계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앞서 A씨의 신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그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농협 앞에는 항의가 쏟아졌다. 또 해당 농협 앞에 근조화환이 배송된 모습도 SNS에 올라와 화제가 됐는데, 게시물에도 네티즌들의 비난성 댓글이 쇄도했다.

근조화환에는 "선생님 돈 뜯고 죽인 살인자" "은행장님 좋은 사람들과 일하십시오" "30년 거래한 주거래 은행을 바꾸려 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 해당 농협의 고객게시판에도 A씨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농협 측의 조치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런 부지점장을 둔 은행에 돈을 맡길 수가 없어 돈을 다 뺐다" "해당 직원에 대한 해고 조치와 함께 정식으로 수사받고 죗값을 치르게 해달라" 등의 항의성 글들이다.

유족 측은 현재 해당 학부모에 대한 형사고소를 검토 중이다. 다만 최근 SNS에 확산하고 있는 가해 학부모 및 학생에 대한 신상 유포에 대해선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이영승 교사의 아버지는 아들의 첫 제자였던 만큼 사적 제재는 멈춰달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분노를 참지 못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6년 자녀가 수업시간에 커터칼로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치자 이영승 교사를 상대로 악성 민원을 이어갔다. A씨는 경기도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자녀의 치료비 200만 원을 받았지만, 숨진 이 교사가 군 복무를 하는 동안과 복직한 이후에도 치료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보상을 요구했다.

결국 고인은 매달 200만원 남짓한 급여에서 50만 원씩 모두 여덟 차례, 400만 원의 치료비를 사비로 A씨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교사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 사실을 확인한 뒤, 업무방해 혐의로 A씨 등 학부모 3명을 의정부경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경기교사노동조합 소속 교직원들이 지난 9월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인사혁신처 앞에서 호원초 고 김은지·이영승 교사의 명예회복을 위한 순직인정 전국 교사 탄원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